성병 치료제·자양강장제.. 藥 광고로 본 1920년대 경성

최현미 기자 2021. 12. 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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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상이 된 마스크는 언제 이 땅에 들어왔을까.

특히 광고에는 사람들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은 이 같은 맥락 아래 마스크에서 생리대, 이상의 작품 '날개'에 등장하는 아달린부터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까지 의약품 광고의 이미지와 광고 문구 하나하나를 꼼꼼히 분석하며, 일제강점기 일상의 문화를 풀어내고, 약 광고에 스며든 이데올로기를 분석해, 권력과 자본이 어떻게 신체를 규율했는가 하는 문제도 짚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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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 한번 잡숴 봐! | 최규진 지음 | 서해문집

우리 일상이 된 마스크는 언제 이 땅에 들어왔을까. 1919년 무렵의 일로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 마스크의 전파는 단순한 새 물건의 등장이 아니라 병, 균, 위생 그리고 예방에 대한 감각의 진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이 책은 역사학자 최규진이 10년 이상 천착해온 근대 시각 자료, 그중에서도 약 광고를 토대로 ‘일제강점기 생활 문화사’를 풀어낸다. 광고는 그 시대 중요한 사료다. 당대 시대상과 문화를 반영하는 역사적 텍스트이자 동시에 새로운 문화와 일상을 만드는 동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광고에는 사람들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1920년대, 경성 거리에는 광고선전지와 전단지가 넘쳐났다. “큰길가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뒷골목의 좁은 곳까지 추악한 빛으로 인쇄 혹은 붓으로 쓴 광고지가 남의 집 벽이나 기둥에 함부로 붙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대 매체에 실린 광고 중 가장 많은 것이 약품 광고로, 한 연구에 따르면 상품 유형별로 분류하면 의약품이 58.5%로 가장 많았고, 이어 장신구 17.5%, 화장품 10.2%, 기호품 7.1%, 의류 6.7% 순이었다. 의약품 중에선 성병 치료제가 15.6%로 가장 높았고, 자양강장제 13.5%, 소화기류 8.8% 순이었다. 당시 사람들의 관심과 건강, 몸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치다.

당시 약업자들은 신문과 잡지 등은 물론 포스터, 선전지, 옥외광고 광고판 등에 광고를 했다. 컬러 포스터로 만든 선전지는 대량으로 제작됐고, 요란한 약 선전대는 확성 장치를 하고 레코드를 틀고 시내 곳곳을 행진하곤 했다고 한다. 이들 약품 광고 중에는 ‘건강 제일주의’ ‘건강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문구를 내건 것이 많았는데, 그만큼 당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이는 1920년대 식민지 조선에도 식민지 자본주의가 머리를 내밀기 시작해, 상품의 힘이 커지고 소비의 욕망은 늘어났으며, 근대의 바람과 함께 거대 담론이 아니라 개인과 가족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반영하고 있다.

책은 이 같은 맥락 아래 마스크에서 생리대, 이상의 작품 ‘날개’에 등장하는 아달린부터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까지 의약품 광고의 이미지와 광고 문구 하나하나를 꼼꼼히 분석하며, 일제강점기 일상의 문화를 풀어내고, 약 광고에 스며든 이데올로기를 분석해, 권력과 자본이 어떻게 신체를 규율했는가 하는 문제도 짚어 낸다. 512쪽, 3만3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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