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같은 사과를 먹었는데.. 난 "달콤해" 넌 "상큼해"

기자 2021. 12. 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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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은 도형이나 색깔을 분류할 줄 알게 되면 같은 것을 모으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

그런데 일반적인 아기들의 책보다는 상당히 깊은 곳까지 비교가 펼쳐지는 책이어서 구성도 다채롭고 장면의 숫자가 적지 않다.

요즘 들어 고가의 전집보다 한결 알찬 단행본 아기 그림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아기의 눈에 비친 세상이 더 또렷해지면서 같음과 다름을 알게 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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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을까? | 이희은 지음 | 사계절

아기들은 도형이나 색깔을 분류할 줄 알게 되면 같은 것을 모으는 일에 흥미를 느낀다. 같은 모양의 블록 장난감을 한자리에 쌓아두기도 하고 빨랫감 속에서 같은 무늬의 양말을 찾아서 둘씩 짝짓는 일에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같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다름을 골라낼 수 있다. 여러 속성을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법을 배우면서 아기들은 나와 타인의 경계를 발견하기도 하는데 이는 자아 정체성이 발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희은 그림책 ‘똑같을까?’는 왼쪽 면과 오른쪽 면에서 닮은꼴의 두 캐릭터가 “똑같아!”를 외치면서 시작하는 아기 그림책이다. 책의 제본선을 사이에 두고 대칭으로 마주 보는 원형의 두 캐릭터는 “언제나 함께하는 우리”라는 말과 함께 공통점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한다. 그러나 금방 의문이 생긴다. 정말 똑같을까 되묻는 것이다. 같은 사과를 먹었는데 누구는 달콤하다고 하고 누구는 상큼하다고 느낀다. 눈을 감으면 누구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고 누구는 새소리를 먼저 듣는다. 감각이 아니라 인식과 판단, 취향까지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물줄기를 보고 마당을 떠올리는 것과 분수대를 떠올리는 것은 사람마다 상상하는 이야기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을 왜 보드북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아쉬워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런데 일반적인 아기들의 책보다는 상당히 깊은 곳까지 비교가 펼쳐지는 책이어서 구성도 다채롭고 장면의 숫자가 적지 않다. 이 정도 분량을 보드북으로 만들 경우 책이 너무 두껍고 무거워진다.

요즘 들어 고가의 전집보다 한결 알찬 단행본 아기 그림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아기의 눈에 비친 세상이 더 또렷해지면서 같음과 다름을 알게 되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아기는 질문을 이어가면서 초보적인 논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자기 자신에 대해 깨닫게 된다. 가능한 답변은 풍부하지만 색과 형태는 명랑하고 선명하다. 아기와 철학은 멀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동적인 작품이다. 68쪽, 1만5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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