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원진아 "경험없는 모성애 연기 고민, 상상력 최대한 발휘"[EN:인터뷰①]

[뉴스엔 이하나 기자]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원진아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감독 연상호)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모성애’를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해 대부분 상상에 의존해야 했지만, 원진아는 극한 상황에 처한 인물의 입체적인 모습을 그리며 작품에 힘을 더했다.

지난 11월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원진아는 갓 태어난 자신의 아기가 지옥행 고지를 받자 남편 배영재(박정민 분)와 함께 아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송소현 역을 맡았다.

Q. ‘지옥’ 공개된 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소감과 주위 반응은 어떤가 ▲ 즐겁게 만들고 많은 노력도 들어간 작품인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즐겨주시고 재밌어 해주셔서 감사하다. 주변에서도 재밌게 봤다는 얘기들을 해주신다.

Q. ‘지옥’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 출연했나 ▲ 웹툰을 보지는 않고 대본을 받아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 잠깐 나오는 역할이라도 발 한번 담그고 싶을 정도로 너무 매력적이었다. 연상호 감독님이기 때문에 가능한 새로운 세계관이라고 느꼈다.

Q. 연상호 감독과 첫 호흡이었는데, 함께 작업한 소감이 어땠나 ▲ 어둡고 메시지가 강한 작품 현장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는 현장이었다. 감정적인 장면이 많아 촬영하면서 지치고 에너지를 뺏길 수 있는데 오히려 감독님이 기분 좋은 에너지를 많이 채워주셔서 힘들이지 않고 재밌게 촬영했다.

Q. ‘지옥’은 넷플릭스 전 세계 시리즈 1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정도의 성과를 예상했나 ▲ 작품이 어둡기도 하고 연령제한이 있어서 이 정도의 조회 수가 나올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다.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셔서 얼떨떨하기도 하고 감사하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Q. 극 중 송소현은 갓난아기가 있는 엄마 캐릭터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보내야 하는 감정선을 어떻게 잡았나 ▲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일이기도 하고, 비슷한 경험을 한 분이 내 주변에는 없었다. 대본을 봤을 때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그 상황을 받아들일까’에 대해서 상상을 많이 한 것 같다. 튼튼이 더미에 조금 더 마음을 쏟으려고 노력했고, 튼튼이가 실존한다고 상상을 많이 했다.

Q. 아직 미혼인데 모성애를 상상하며 연기하는게 힘들지는 않았나 ▲ 혼자 하는 거였으면 상상하기 더 힘들었고 반응도 없었을 것 같다. 현장에 가보니 머릿속으로 그렸던 분위기를 너무 훌륭하게 세팅을 해주셨고, 내가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다. 같이 출연하는 선배님들도 워낙 베테랑이시라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을 가지고 현장에 와주시니까 그 분위기 안에서 집중할 수 있었다.

Q. 괴생명체가 아이한테 달려들 때 몸을 던진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자식을 향한 엄마의 마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 같다 ▲ 주어진 상황 안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것이 매 순간 숙제였다. 괴물이 아기한테 달려들 때 소현이는 애초부터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를 구하겠다는 생각보다 아이 혼자 외롭게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식에 대한 엄마의 마음은 경이롭고 상상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다.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어떤 일이 닥쳤을 때 힘이 되어줘야 할 것 같고, 현실적으로 해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는 ‘지옥’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본 화두가 있나 ▲ 고지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지러운 사회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으면 그곳이 지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지옥’에서는 새진리회라는 집단이 세계를 장악하고 사회 리더처�� 되어버렸지 않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 속에서도 다수가 고지를 받은 사람들을 보호해주려고 한다거나, 가족을 잃은 사람을 배려해서 다양한 사회 제도들이 생겨나 건강한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과연 사회가 지옥처럼 느껴졌을까 생각했다. 이 작품을 통해 사회에 속해있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옳고 그름의 판단을 할 것인지, 또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않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는 달라질까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봤다.

Q. 최근 넷플릭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작품을 포함해 한국 배우들의 해외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러브콜을 받는다면 해외 활동 계획이 있나 ▲ 내가 살고있는 이곳에서도 아직 배워야할게 많고 조금 더 자리를 잘 잡아야 할 것 같지만, 새로운 걸 좋아하는 나의 성향상 러브콜이 온다면 준비를 하는게 좋지 않을까.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 모든 새로운 경험은 다 해보려고 한다.

Q. ‘지옥’을 보지 않은 예비 시청자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전한다면 ▲ 주변에 안 보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무서운 걸 잘 못 봐서 시작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지옥’이 공포스러운 것만 있는게 아니다. 드라마를 보고 마지막에는 희망도 볼 수 있다. 다양한 느낌을 받고 대화할 수 있는 소재가 많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마시고 쉽게 접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유본컴퍼니, 넷플릭스)

뉴스엔 이하나 bliss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