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신세계]③韓·中 빼고 다하는 '돈 버는 게임'..게임위·문체부는 '뒷짐'

김정현 기자 2021. 12. 1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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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계정 현금거래 수십년째 방치하면서 사행성 핑계 '뒷짐'
(위메이드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앞다퉈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한 돈버는 게임(P2E·Play to Earn) 개발을 발표하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P2E 게임 열풍이 게임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논의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사행성'을 이유로 내세우며 "국내에서는 P2E 게임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만 되풀이 중인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입장은 논란이 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뒷짐'을 지고 있다.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게임물관리위원회 제공) © 뉴스1

◇게임위, P2E게임에 대해 "아이템 (현금) 거래 가능하면 사행성 우려"

현재 게임위는 P2E 게임의 '현금 환전' 요소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김규철 게임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지스타2021 토론회에 참석해 P2E 게임에 대해 "게임산업법은 다른 문화산업법과 달리 사행성을 막도록 돼 있다"며 "현행 게임법에 사행성 금지가 있다면, NFT 게임은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게임위는 지난 4월 NFT 기반 게임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에 대해 등급분류 취소 예정 통보를 내렸다.

당시 게임위는 "NFT 아이템은 소유권이 게임사가 아닌 이용자에게 귀속되므로 게임산업법상 '경품'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게임 외부에서 자유롭게 거래 활성화시 사행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당시 게임위 관계자는 "게임에선 이용자의 노력 없이, 우연적인 확률로 아이템이 대성공된다"면서 "이런 아이템들이 거래가 가능하다면 사행성 우려가 발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넥슨 바람의나라 게임에서 판매하는 '랜덤박스형 확률형아이템'에서 얻는 아이템이 아이템매니아를 통해 현금으로 거래되고 있지만게임위는 이를 '사행성'이라고 규정하지 않고 있다. © 뉴스1

◇"수십년간 사행성 아이템 판매·현금화 방치한 게임위가 P2E게임만…"

그러나 게임 이용자들은 이같은 게임위의 태도가 "이중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기존 게임에서 현금으로 구매해야 하는 '사행성' 아이템을 판매해왔고, 수십년간 이에 대한 '현금환전'이 성행했는데도 막상 게임위는 이에 대해서는 방치해왔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다수의 국내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들을 이용해왔다는 한수원씨(39)는 "대부분의 국내 게임사들이 랜덤박스 형식의 확률형 아이템을 현금으로 판매하고, 거기서 나온 고가의 아이템들이 현금으로 거래돼온 게 10년이 넘었다"며 "게임위가 이를 보고도 사행성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공범"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002년 등장한 게임머니·아이템 현금거래 중개 플랫폼인 '아이템매니아'의 경우, 월 평균 거래수만 24만건 이상이다. 국내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 현금거래액 규모는 연간 1조4000억~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될 정도다.

최근 P2E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있다는 최우혁씨(33)는 "P2E 게임에서는 단순히 퀘스트를 수행하고 보상으로 주어지는 재화를 암호화폐로 바꿀 수 있는데 여기에 무슨 '사행성' 요소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암호화폐가 진짜 돈도 아닌데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유로 사행성이라고 하는 거라면 정의부터 다시 찾아봐야 하는게 아니냐"고 의문을 표했다.

현행 게임산업법은 '베팅·배당수단·우연적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아이템'과 일반 온라인게임의 게임머니·아이템의 '현금 환전'을 다르게 다루고 있다. © 뉴스1

◇게임산업법도 일반 온라인게임의 정상 재화의 '현금화'는 불법으로 안봐

현행 게임산업법 역시 원칙적으로 게임에서 얻은 게임머니·아이템 등 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자체를 막고 있지는 않다.

게임산업법은 '베팅·배당수단·우연적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아이템'과 일반 온라인게임의 게임머니·아이템의 '현금 환전'을 다르게 다루고 있다.

게임산업법 시행령 제18조3은 Δ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제1호·제2호) Δ게임제작업자의 컴퓨터프로그램을 복제, 개작, 해킹 등을 하여 생산·획득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제3호)만을 처벌대상으로 삼는다.

즉, 고스톱·포커 등 실제 도박의 요소가 있어 '사행성'이 있는 온라인게임에서 얻은 게임머니만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일반 온라인게임에서는 해킹이나 매크로 등 비정상적인 게임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게임 아이템만 불법일 뿐, 일반적인 게임을 통해 얻은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의 환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미르4',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등 현재 접할 수 있는 P2E 게임 대부분도 일반 온라인게임처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얻는 재화를 암호화폐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미르4의 경우, 게임내 광물인 '흑철'을 채광한 뒤 이를 암호화폐로 교환할 수 있고,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단순한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암호화폐를 받을 수 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 © 뉴스1 김근욱 기자

◇"P2E 게임 미르4, 출시할 때 세계에서 중국과 한국에서만 문제"

게임업계에서도 국내 게임의 사행성 관련 법 규정에 대한 사회적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스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르4를 출시했을 때 문제가 된 나라는 없는데, 딱 2곳 한국과 중국이 문제가 됐다"며 "한국은 게임의 사행성이 아니라 게임 내 재화가 게임 밖으로 나오면 '사행'이라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은 현재 아시아 96개, 유럽 24개, 남미 32개, 북미 43개, 인도 8개, 북아프리카·중동 권역 4개 등 총 207개의 서버에서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장 대표는 "게임법 규정에서 단순히 NFT만 허용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고, 사행성 규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도 "P2E 게임의 경우 이제 세계적으로 시작하고 있고, 국내 게임사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덕에 시장선점이 가능한 영역"이라며 "게임이용자와 게임사가 '윈·윈' 할 수 있는 모델인데 제도적인 부분에서도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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