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새 주인 찾은 대우건설..중흥그룹 디딤돌로 재도약할까

박승희 기자 2021. 12. 10.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표류하다 중흥 품으로..불확실성 해소해 확장 전망
독립성 보장 관건..일각선 '경험부족' 중흥 우려 시선도
대우건설과 중흥건설 사옥(자료사진) © 뉴스1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주인없는 회사로 표류하던 대우건설이 11년 만에 새 주인을 맞았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대우건설이 이를 바탕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대우건설 안팎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10일 중흥그룹에 따르면 이달 중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 내년 2월 말까진 대우건설 인수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KDB인베스트먼트와 대우건설 지분 50.75%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업계는 이번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의 '날개'가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1973년 설립된 대우건설은 국내 최정상급 건설사로 입지를 다졌지만, 지난 IMF 외환위기 사태로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듬해 독립법인으로 분리되며 20년 이상 고난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주인도 3번이나 바뀌었다. 대우건설은 2002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합병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며 다시 산업은행에 재매각됐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9년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에 대우건설을 넘겼다.

2018년에는 호반건설이 인수하려 했으나 3000억원의 해외 부실이 드러나 무산됐다. 세번째 매각작업에서 겨우 새 주인을 찾은 셈이다. 사실상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그동안 대우건설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불확실성은 해소될 전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 A씨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기본적인 관리만 해왔기 때문에 대우건설이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긴 한계가 있었다"며 "내부 사업성 평가에도 어려운 지점이 있었을 것인데, 결정권자가 생겨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 B씨도 "중흥그룹이 대우건설만큼 사업이 크진 않지만 건설업계에 대한 이해가 있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정창선 회장도 '초일류 건설그룹'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대우건설을 깎아 내리는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에 전폭적인 지원을 거듭 약속한 바 있다. 대우건설 재도약을 위해 Δ독립경영 및 임직원 고용승계보장 Δ임직원 처우개선 Δ핵심가치(도전과 열정,자율과 책임)의 고양 Δ내부승진 보장 Δ능력 위주의 발탁 인사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말에 비유될 정도의 인수합병에 대우건설 이미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내부 우려가 커지자, 이를 불식하기 위해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해외건설 경험이 없어 사업이 축소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오히려 확대 방침을 내놨다.

정창선신임 ㈜헤럴드 회장© 뉴스1

업계에서는 독립경영 보장이 핵심이라고 판단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 C씨는 "주택 외에는 중흥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아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는 대우건설을 측면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브랜드 가치 측면에서도, 구성원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도 독립성 보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의심의 시선도 짙다. 미진한 토목, 플랜트 부문과 경험 없는 해외건설 파트에 중흥건설이 섣부르게 개입할 경우 일이 어그러질 수 있단 것이다. 수익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라 결국 사업이 축소될 수 있단 이야기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호가 대우의 알짜 자산을 팔아치우고 기업 가치를 폭락시킨 경험이 있어서, 또다시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단 걱정에 인력 유출도 상당수 된 것으로 안다"며 "당장 독립경영 한다, 구조조정 없다 말해도 상황에 따라 결국 공수표가 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중흥그룹은 구성원 의견을 최대한 수렴, 인수 후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하겠단 입장이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노동조합과 지난 11월 중순부터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구성원 요구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인수 후에는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seungh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