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하고 싶다"던 배우 정경호, 그를 무대로 부른 연출가

장병호 2021. 12. 10.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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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신유청 연출은 국립극단 신작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배우 정경호를 캐스팅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신 연출은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보다 경호가 떠올랐다"며 "내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으면서 남성적인 배우가 필요했는데 경호가 적역이었다"고 말했다.

신 연출은 자신의 대표작인 연극 '그을린 사랑' '와이프' 등을 통해 이민자와 동성애자 등 소수의 이야기를 꾸준히 다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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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신유청 연출
대학 후배인 정경호에게 연극 출연 제안
소수자 문제 다룬 8시간 대작..내년 2부 공연
"'빗금치기' 많은 사회, '장벽철폐' 계기 되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정)경호가 여러 차례 연극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어요. 처음엔 진짜인가 싶었죠. 경호가 사석에서 ‘내 연극 첫 작품은 유청이 형이 연출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는 걸 여러 번 듣고 나서야 진짜구나 싶었어요.”

최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신유청 연출은 국립극단 신작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배우 정경호를 캐스팅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신 연출과 정경호는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선후배 사이. 오래 전부터 연극에 뜻이 있었던 정경호에게 연극계 스타 연출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신 연출이 무대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국립극단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신유청 연출. (사진=국립극단)
이번 작품에서 정경호는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 프라이어 역을 맡았다. 신 연출은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보다 경호가 떠올랐다”며 “내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갖고 있으면서 남성적인 배우가 필요했는데 경호가 적역이었다”고 말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미국 극작가 토니 커시너의 대표작으로 1991년 초연 당시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을 휩쓸었다. 1985년을 배경으로 미국의 정치 이념 대립, 그리고 에이즈와 동성애, 인종 차별 등의 사회적 이슈를 다룬다. 공연 시간만 장장 8시간에 달하는 대작으로 지난달 26일 ‘파트 원: 밀레니엄이 다가온다’가 명동예술극장에서 먼저 개막했다. 내년 초 ‘파트 투: 페레스트로이카’가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신 연출은 자신의 대표작인 연극 ‘그을린 사랑’ ‘와이프’ 등을 통해 이민자와 동성애자 등 소수의 이야기를 꾸준히 다뤄왔다. 국립극단에서 이 작품의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신 연출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도 바로 이 두 작품이었다. 그는 “‘그을린 사랑’에 ‘1더하기 1은 2가 아니라 1’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마치 그 대사처럼 ‘와이프’와 ‘그을린 사랑’을 더하면 ‘엔젤스 인 아메리카’가 나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국립극단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원’ 중 프라이어 역의 배우 정경호(오른쪽), 벨리즈 역의 배우 박용우의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단)
작업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8시간에 달하는 대작인데다 한국 입장에선 생소한 미국 정치와 사회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그랬다. 신 연출은 “성소수자와 에이즈의 상황, 80년대 당시 미국의 정치 상황 등을 완벽하게 담는 것보다는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표현하는데 집중했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오는 26일까지 공연하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 파트 원’은 동성애자, 유대인, 약물 중독자, 극우주의 변호사, 드랙퀸 출신 흑인 남자 간호사 등 다양한 인물의 복잡한 관계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다. 정경호 외에도 박지일, 전국향 등 연극계의 뼈굵은 배우들과 김세환, 김보나, 박용우 등 국립극단 시즌 단원이 한데 어우러져 탄탄한 연기를 보여준다. 신 연출은 “경호의 출연 또한 작품의 메시지처럼 배우들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파트 투’에서는 소수자와 차별에 대한 메시지로 관객에게 또 한 번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이 공연의 최종적인 목표는 ‘장벽 철폐’예요. 인종 차별, 정치적 이념 대립, 빈부 격차 등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은 일종의 ‘빗금치기’라고 생각해요. 그런 ‘빗금치기’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고 화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안 무너질 것 같았던 베를린 장벽이 하루 만에 무너진 것처럼, 이 작품이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국립극단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의 신유청 연출. (사진=국립극단)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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