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공공성(KPOPS) 추구하는 건축가 곽희수(下)

효효 2021. 12. 1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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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효 아키텍트-110] ◆철근콘크리트

곽희수 건축가는 이들 진화한 카페와 펜션에 철근콘크리트를 적극 사용한다. 콘크리트는 로마 시대 이래 전통 건축 재료이나 르코르뷔지에가 1차 대전 이후 집합건축에 사용한 이래 현대에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형태적으로 단순·정밀한 건축의 외곽선을 살려내기에 적합한 재료로 자리 잡았다.

부산 송정 코랄라니 / 사진제공 = 이뎀건축사사무소
지금은 시공 현장 타설 과정에서의 민원, 고비용 인건비 때문에 대리석만큼이나 비싼 자재가 되었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시그니처인 노출 콘크리트 역시 고비용으로 인해 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외피와 내부 모두 다구조인 노출 콘크리트 재료는 인간의 수명보다 긴 내구성을 유지하며 건축주가 바뀌어 나가면서 건축물 내부는 적은 비용으로 개선되어 나간다.

콘크리트로 새로 도전해 볼 수 있는 장르는 열려있다. 곽희수는 콘크리트를 펴거나 타공을 해 실내·외용 가구를 만들기도 한다.

◆건축의 공공성, KPOPS

'적을수록 낫다(less is more)'는 경구로 대표되는 모더니즘 건축을 대표하는 미스 반데어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1886~1969)는 근대와 현대 건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의 대표 작품인 미국 뉴욕의 시그램 빌딩(Seagram Building·1958)은 항구 도시의 사선 규제에 따라 탄생한 공개 공지 개념에서 나온 건축물이다.

터를 중요하게 보는 미스 반데어로에는 그의 대표작 스페인 바르셀로나 파빌리온(barcelona pavilion·1929)과 함께 시그램 빌딩 주변의 환경을 고려하였다. 미스 반데어로에는 당시 사선 규제 및 디테일의 완벽함과 미학적 측면을 고려해 법규가 허용하는 인센티브에 따른 추가 면적을 포기하였다. 거리에서 27m나 뒤로 물러난 곳에 건물을 위치시켜, 건물 앞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광장을 조성했다.

사유 공간 안에 공공성 성격의 공간은 주로 건축주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쓸모없는 땅이 주로 나와 관리 주체조차 희미해지는 공터로 남는 부작용도 발생시켰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애플 매장은 지하로 전시 및 판매 공간을 넣은 뒤 이고 있는 부지를 광장으로 제공, 젊은이들의 새로운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2000년대 후반, 경쟁사인 삼성은 애플 매장 인근에 250여 평의 전시 홍보관을 만들었으나 독립된 모듈형 자기과시형 공간만을 드러내 공공성 공간 확보에 실패한 뒤 첼시 지역으로 이전했다.

건축학자 김광현은 이러한 건축의 공공성을 루이스 칸에서 출발한 개념인 '공동성'(共同性·commonness) 이라고 부른다.

헤이리 가드너스 전경/ 사진제공 = 이뎀건축사사무소
건축의 본질은 지역성에 기반한다. 토양, 기후, 음식, 문화 양식 등은 각각이다. 건축은 사람들의 시선에 고정되며 지역의 상징이 되어 사회적 성격을 갖는다. 건축은 사적 소유물이더라도 태생적으로 공공성이라는 양면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경기도 파주 탄현 헤이리는 개별 건물들이 개성을 뽐낸다. 건축물의 유형은 서울의 강남과 비슷할 정도로 폐쇄적이다. 상업적 목적의 임대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공간과 공간이 차단되어 건물과 건물 중간에 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가드너스(Gardenus·2017~2018)는 외부로 열린 마당, 도심의 하천변을 따라 조성된 고가 다리 밑 수공간 개념을 도입했다. 지나가던 이 누구나 마당으로 들어와 사진을 찍는 등 시각적 만족과 함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의자를 제공, 신체적 만족감도 얻는다.

헤이리 가드너스 마당/ 사진제공 = 이뎀건축사사무소
곽희수의 마당 개념 확장은 청주 서원구 성화동 '에프에스원'(F.S.ONE. 2012~2013)에서 이어져 왔다. 중력의 법칙에 반하는 듯. 카메라 시선의 왜곡으로 보일 정도로 날아다니는 듯 보이는 건축물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 상가 건물이지만 전면을 차지하는 대형 옥외 계단을 경기장 스탠드처럼 만들었기에 더욱 그래 보인다. '에프에스원'(F.S.ONE)은 건물 이름도 'floor(층)'와 'stair(계단)'가 하나라는 뜻으로 지었다. 모든 층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가운데 실제 (경사진) 마당 같은 계단을 둔 것이다. 계단에 오르면 사람들은 새로운 도시 풍광을 만난다. 다양한 풍광을 만드는 주인공은 단연 사람들이다.
청주 `에프에스원(F.S.ONE)` 전경/ 사진제공 = 이뎀 건축사사무소
청주 `에프에스원`(F.S.ONE) 상층부/ 사진제공 = 이뎀 건축사사무소
골목길은 주택과 주택을 연결하는 공로(公路)이다. 한국인은 어린 시절, 이 공로에서 놀았다. 성인으로 성장하면서도 골목길과 같은 정서가 묻어나는 곳을 찾는다. 그게 대도시를 벗어난 카페이고, 펜션이다. 카페와 펜션 역시 어린 시절의 골목길처럼 공공성을 가져야 한다는 게 곽희수의 주장이다. 건축주는 내어줌으로써 더 크게 얻는다.

건축가 곽희수는 이러한 개념을 '케이팝스'(KPOPS)라고 부른다. Korean Privately Owned Public Space의 약자로, 한국의 사적 '공공' 공간이라는 뜻이다. 필립 존슨(1906~2005), 필립 존슨과 대립했던 로버트 벤투리(1925~2018)와 데니스 스콧 브라운 부부, 알도 로시(1931~1997)는 이론을 겸비한 건축가이다. 곽희수는 이들처럼 한국적 특성에 정통한 토종 건축가이면서도 글로벌한 보편성 이론을 갖추려고 한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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