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지식연계망 속 한국 역사학의 발전

최원형 2021. 12. 1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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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역사학은 식민주의 역사학을 비판하고 그 영향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역사학자 신주백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이 쓴 <한국 역사학의 전환> 은 '주체적·내재적 발전의 측면에서 본 한국 현대 역사학의 역사'라는 부제 그대로 이 방향과 과정을 '학술사' 연구 차원에서 분석하고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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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학의 전환
주체적·내재적 발전의 시선으로 본 한국사 연구의 역사
신주백 지음 l 휴머니스트 l 2만4000원

한국 현대 역사학은 식민주의 역사학을 비판하고 그 영향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때 ‘내재적 발전’은 이 방향과 과정을 모두 드러내는 핵심 열쇳말이 된다.

역사학자 신주백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소장이 쓴 <한국 역사학의 전환>은 ‘주체적·내재적 발전의 측면에서 본 한국 현대 역사학의 역사’라는 부제 그대로 이 방향과 과정을 ‘학술사’ 연구 차원에서 분석하고 풀이한다. 1950년대까지 한국 역사학의 ‘기원’을 다룬 전작(<한국 역사학의 기원>, 2016)과 시리즈를 이루며, 한국전쟁 이후 1980년대까지 한국사의 태동(50년대), 형성(60년대), 분화(70~80년대) 과정을 다룬다. 무엇보다 그동안 간과되곤 했던, ‘주체적·내재적 발전’에 대한 북한 역사학계의 선도적인 연구나 일본 조선사 학계의 움직임 등 국가 단위가 아닌 동북아시아에서의 지적 연계망을 넓은 시계(視界)로 포착하려고 했다는 점이 이 책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한국전쟁 이후 50년대 한국사의 주된 경향은 문헌고증사학이었고, 한국사의 정체성을 당연시하는 식민주의 역사인식이 일반적이었다. 60년대 들어 4·19혁명, 미국발 근대화론의 유입 등을 계기로 ‘근대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지은이는 “근대화론으로부터 촉발된 근대의 시작점에 관한 논의의 움직임은 6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주체적 한국사상을 정립하기 위한 새로운 실증 연구들이 등장하면서 한국사를 체계화하려는 논의들로 옮아갔다”고 풀이한다. 6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관점과 태도로서 주체적이고 내재적인 발전 과정’에 주목하는 역사 연구가 본격적으로 형성됐다는 것이다.

특히 지은이는 일본의 한국사 연구자들, 북한 학계 등 동북아시아 전체 지식장(場)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 대목들에 주목했다. 예컨대 북한 학계에서는 일찍부터 조선 후기 자본주의적 변화에 대한 해명을 찾는 데에 몰두했고, 일본에서는 식민주의 역사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제기하면서 조선의 내재적 발전에 주목하는 연구 흐름이 있었다. 50년대 후반 김용섭은 조선사의 발전 과정에서 ‘내면적인 주체적 계기’로서 민란에 주목하자고 했는데, 여기엔 재일조선인 학자인 박경식과 강재언 등의 영향이 배어 있었다. “50년대 들어 태동하여 내재적인 발전의 맥락에서 시도한 한국사 연구는 동북아시아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시작되었으며,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맥락에서 구체화해갔다.”

내재적 발전에 입각한 연구는 70~80년대 들어 관제적 민족주의 역사학과의 관계 설정, 분단과 민중의 문제에 대한 입장 등의 분기점들을 만나며 다양하게 분화해나갔다. 지은이는 ‘관점과 태도로서 주체적이고 내재적인 발전’에 입각한 한국사 연구가 식민성·분절성·분단성 등의 문제를 모두 해소하진 못했지만 독자적인 한국사 연구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크다고 평가한다. 또 90년대 이후 다양한 변화를 ‘진화’의 관점에서 다뤄보겠다고 밝힌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1965년 12월18일 이동원 외무장관(왼쪽 넷째)과 시이나 에쓰사부로 일본 외상(오른쪽 셋째)이 정부청사 장관실에서 한일협정 발효를 축하하며 축배를 들고 있다. 협정 체결은 이에 앞서 1965년 6월22일 도쿄의 일본 총리관저에서 이뤄졌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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