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세상이 망한다고?.. 인류는 어떻게든 적응한다

고경석 2021. 12. 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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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으로 제주 지역 일부 어항들이 바닷물에 잠기면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우도면 천진항. 제주도 제공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세상을 휩쓸기 시작했을 때 경제와 일상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지만 인류는 빠른 속도로 적응해 나갔다.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로 개인 방역을 일상화했고, 수많은 회사들은 재택근무, 비대면 회의로 업무 방식을 바꿔 나갔다. 2년이 다 돼 가도록 코로나19라는 시련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인류는 창의성을 발휘하며 어떻게든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해 나가며 답을 찾아 나가고 있다.

‘우리는 기후 변화에도 적응할 것이다’를 쓴 매슈 E. 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상이 코로나19에 적응해 나가듯 기후위기에도 적응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원의 희소성이 커지면 인간은 창의성을 발휘해 그 도전에 적극적으로 맞선다는 미국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의 낙관주의적 주장에 근거한 판단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거나 새로운 위험에 맞서 삶의 방식을 바꿈으로써 위기에 적응하는 것이다. 도시경제학과 환경경제학 전문가인 저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건 기후위기 해법이 아니다. 단기간 내에는 세계 차원의 탄소배출 감소가 사실상 어려운 현실을 인식하며 두 번째 방법에 집중해 논의를 펼친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우리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개인·기업·정부가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

세상을 바꾸는 건 수많은 개인의 총합이지만, 민간 기업과 정부가 부지런히 나서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적극적인 공공 정책의 역할은 인정하면서도 종종 선한 의도에서 출발한 공공 정책이 뜻하지 않은 부작용과 비효율을 낳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민간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는 사람들의 총수요를 충족하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적응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시장의 힘에 대한 강한 믿음이다. 물론 그러한 혁신의 연료는 인간의 창의성과 인적 자본이다.

칸 교수가 드는 대표적 예가 에어컨이다. 무더위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상품인 에어컨은 초기엔 비싼 가격 때문에 부유층만 구입할 수 있었지만 대량 생산과 국제 무역 증대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며 보편화했다. 저자는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 같은 기후위기 적응 친화적 제품의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 빈곤층이 기후 충격으로 받는 고통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품의 사용 증가로 늘어나는 탄소 배출은? 저자는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에서 기술 진보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탄소 배출량 증가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책은 부동산·노동·자본·식량·보험 등 여러 분야의 시장이 적응을 촉발하는 데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조명한다. 일례로 농업 분야에선 스마트팜을 통한 빅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기후 충격에 더욱 잘 대처하게 해서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줄여 줄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여기에 농민을 위한 교육, 보험, 투자, 금융 지원이 더해지면 농업 생산의 혁신은 가속화할 것이라 주장한다. 부동산 분야에선 주택 소유를 줄이고 임대를 늘리도록 장려하는 조치로 적응을 촉진할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으로 주택이 크게 훼손되더라도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국제 이주 장벽을 낮추면 기후위기 적응이 더욱 촉진될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인다.

우리는 기후 변화에도 적응할 것이다·매슈 E. 칸 지음·김홍옥 옮김·에코리브르 발행·456쪽·2만5,000원

기후위기를 야기한 것이 인류인 만큼 해결책과 대응책을 찾는 것도 인류의 몫이다. 저자의 주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우리가 기대를 걸 만한 건 인간의 창의성과 상상력뿐이란 것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육에 대한 투자가 증가 일로라는 점은 그래서 희망적이다. 저자의 낙관주의에 큰 영향을 준 줄리언 사이먼은 이렇게 말했다. “자원 등의 발견은 아마 무한할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이 발견할수록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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