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방역' 자랑 때는 앞장 文, 'K방역' 위기 때는 안 보여

조선일보 2021. 12. 1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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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코로나 현장 상황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이들은 41번째 병원에 연락해서야 병상을 확보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5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 회복 돌입 이후 39일 동안에만 13만명 이상 증가했다. 그 기간 하루 확진자는 4.2배, 위중증 2.5배, 하루 사망자 6.3배로 늘었다. 수도권에서 병실을 못 잡아 대기하는 확진자가 1003명이나 된다. 병상 대기 중 사망자는 29명으로 늘었다. 일선 병원 현장은 더 버티기 어려운 상황까지 와 있다.

특히 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을 말하는 치명률이 1.42%로 OECD 38국 가운데 아홉째로 높다. 지난 7월 0.1%대였는데 급상승 커브를 그려왔다. 위중증은 확진자 추세를 2~3주 시차를 두고 따라간다. 위중증과 사망자는 앞으로 더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의료 붕괴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든다.

40일도 못 되는 사이 이렇게 돼버린 것은 정부가 상황을 턱없이 낙관해 준비 없는 상태에서 대부분의 규제를 한꺼번에 해제시켰기 때문이다. 일상 회복으로 가면서 확진자 폭증에 대비한 병상 확보 등 ‘플랜 B’도 마련해놓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재택 치료로 방향을 잡은 이후엔 집에서 순식간에 위중증으로 빠진 다음 중환자실로 가보지도 못하고 숨지는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41번째 연락 끝에 겨우 병상을 찾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근본 원인은 접종 완료율이 75%를 넘으면 집단면역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섣부른 기대로 성급한 일상 회복 조치를 취한 점이다. 초기에 집중적으로 접종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를 과신했던 것이다.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지는 바람에 효과가 좋은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시간을 끌며 여유를 부렸던 것이 지금 사태를 부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방역 상황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했다. 하나 마나 한 지시다. 그나마 본인이 나오지 않고 대변인을 통한 서면 브리핑 형식이었다. ‘K방역’이라며 자랑할 때는 늘 문 대통령이 나섰다. 그런데 방역이 잘못돼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문 대통령은 안 보인다. 세월호 사태 때 이랬다면 어땠겠나. 문 대통령은 작년 말 모더나 CEO와 27분간 직접 화상 통화를 하고 2000만명분 백신을 확보했다면서 ‘극적 타결’이라고 TV에 홍보했다. 그러나 이 백신이 공급 펑크가 나자 복지부 장관이 국민에게 사과했다. 빛나는 것은 자기가 하고, 안 좋은 것은 아랫사람들을 시킨다. 지도자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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