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장동 의혹 장본인이 '대장동 방지법' 추진, 입법까지 희화화

조선일보 2021. 12. 10.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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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사과하며 큰절을 하고 있다. 함께 있던 민주당 의원들도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덕훈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세워 온 ‘대장동 방지법’ 중 도시개발법과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에서 민간 업자에게 천문학적 특혜를 안겨줬다는 의혹에서 벗어나려고 급하게 추진한 법들이다. 민간 업자의 이윤율을 제한하거나 민관 도시 개발 사업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대장동에서 화천대유가 출자금의 1154배에 달하는 배당금 등 8000억원 넘는 이득을 챙기는 특혜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대장동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대장동 의혹을 철저하게 밝혀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것이 우선이다. 제도 정비와 입법은 그다음 문제다. 그런데 이 후보는 성남시 최고 책임자로서 대장동 특혜 구조를 만든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특검 수사도 사실상 수용하지 않고 있다.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이 법안을 자신의 치적처럼 내세워 왔다. 본인이 주도한 대장동 사업에서 터진 특혜 비리를 막겠다고 스스로 법을 만든 셈이다. 쓴웃음이 나올 일이다.

민주당은 개발이익환수법과 공공 기관 노동이사제도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여당은 법안 발의 하루 만에 상임위 상정을 요구하는 무리를 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과 주택 공급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지도 않은 채 이 후보의 ‘중점 법안’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노동자 대표가 공공 기관과 공기업 이사회에 이사로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공공 기관 노동이사제도 이 후보가 노조 측에 약속한 것이다. 경제 단체들은 “의사 결정이 지연되고 투자가 위축되며 이사회가 노사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입법 중단을 요청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강행 처리한다고 한다.

여당은 당초엔 야당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일방 처리하는 게 맞는다고 하자 돌변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민생 간담회에서 “깊이 성찰·반성하고 거듭나겠다”고 큰절을 했다. 큰절 뒤에 갑자기 야당을 무시하고 입법을 몰아붙이자고 촉구했다. 말로는 반성한다면서 몽둥이를 든 격 아닌가. 대장동 의혹은 이런 식의 마구잡이 입법 쇼로 덮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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