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무부·대검·공수처가 8개월째 벌이는 자학 코미디

조선일보 2021. 12. 10.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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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씨 불법 출금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 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월 대검에 ‘이성윤 공소장’ 유출자 색출령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족이라는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누가 해코지하려 했는지 밝히라는 것이다. 당연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그의 측근이 걸려들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검이 조사해 보니 이 고검장의 핵심 참모가 공소장을 복사해 따로 편집본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성윤의 측근이 유출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그러자 대검은 이 사실을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고 정식 감찰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 사람은 친정권 검찰 간부인 한동수 감찰부장이다. 그래서 대검 감찰부가 보고 누락과 은폐로 감찰을 받게 생겼다. 친정권 인사들이 내부 반대파를 잡아내겠다며 일제히 뛰어들었다가 제 발등을 찍는 코미디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공소장은 이성윤 고검장이 대검 간부로 있을때 김학의씨 불법 출국 금지 사건 수사를 못 하도록 일선 수사팀에 압력을 넣은 내용이다. 공소장은 재판 과정에서 공개되기 때문이 비밀이라고 할 수 없다. 주요 사건의 공소장 내용은 기소 직후 관례적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박 장관도 야당 의원 때 “수사 상황은 국민의 알 권리”라고 했다. 그런데 이 고검장이 기소되자 누가 언론에 흘렸는지 색출하라고 했다.

지난달 뒤늦게 이 문제를 수사하겠다고 뛰어든 공수처가 더 희극적이다. ‘수원지검이 공소장을 유출했다’는 고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미 대검 조사에서 수원지검의 공소장 유출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사실은 법무부에도 보고됐다. 법무부와 대검은 흐지부지 끝내고 싶은데 공수처가 돌연 달려들어 다시 수원지검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공수처는 이성윤 ‘황제 조사’를 했다가 망신을 당했는데 그에 대한 보복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장동 의혹, 울산 선거 공작,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등 권력 의혹 사건을 다 외면한 공수처가 엉뚱한 곳에서 힘을 쓰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침묵하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이 “대검 감찰부가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해 무고한 검사들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시해 달라”고 했지만 그는 “사필귀정이 될 것”이라고만 했다. 김 총장의 뒤로 숨는 처신은 처음이 아니다. 왜 총장 자리에 있는지, 하는 일이 뭔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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