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힘든 숙제는 죄다 패싱한 문 정부 5년

김홍수 논설위원 2021. 12. 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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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교육·연금 개혁 외면… 다음 정부에 숙제 떠넘겨
佛 마크롱 정부, 5년 내내 개혁… 재선시 ‘연금 개혁 재추진’ 약속
뉴시스문재인 정부는 5년간 온갖 선심정책으로 국가채무를 400조원 넘게 늘리면서, 노동, 연금, 교육개혁 등 힘든 숙제는 모조리 다음 정부로 미뤘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21 국민과의 대화 '일상으로'에 참석한 장면

문재인 정부 5년은 손쉽고 폼 나는 일은 과하게 벌이고, 힘든 개혁 과제는 철저히 외면한 시간이었다. 미룬 숙제 대부분은 청년 세대의 미래와 관련된 이슈들이다. 문 정부의 직무유기는 청년들의 기회를 빼앗고 경제적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표적 사례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음에도 청년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열어줄 노동 개혁은 철저히 외면했다. 집권하자마자 박근혜 정부가 힘겹게 첫 단추를 낀 공공기관 성과급, 저성과자 해고 요건 완화를 폐기했다. 대선 공약인 공공기관 직무급 도입도 포기했다. 능력, 성과와 상관없이 매년 월급봉투가 두꺼워지는 호봉제가 청년 실업을 가중시키는 요인인 줄 알면서도 기득권 노조가 반발하자 주저 없이 숙제를 내팽개쳤다.

‘아빠 찬스’가 난무하는 대입 제도 개선도 손을 놓았다. 수능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해 수능 변별력을 망쳐놓고 조국 사태로 아빠 찬스 논란이 일자 어정쩡한 ‘정시 확대’로 후퇴했다. 대입 개혁 숙제를 국가교육회의에 미루고, 교육회의는 다시 공론화위로 책임을 떠넘기다 대입 제도를 이도 저도 아닌 잡탕밥으로 만들어놨다.

청년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국민연금 개혁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연금 개혁 관련 위원회에서 ‘추가 부담안’을 제시하자 대통령이 “납득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참 뜸 들이다 정부가 4가지 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지만 180석 거대 여당은 뭉개기만 했다.

조세 정책에선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가 옳은 방향이라더니, 미친 집값 앞에 우왕좌왕하다 둘 다 가파르게 올렸다. 반면 근로자 10명 중 4명이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근로소득세 수술은 외면하고, 동학개미 눈치 보느라 주식·코인 과세도 회피했다. 그 결과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이 완전히 허물어졌다.

문 정부는 온갖 선심 정책과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국가채무를 400조원이나 늘려 ‘나랏빚 1000조원 시대’를 다음 정부에 떠안겼다. 재정 중독 비판을 의식해 국가채무 관리 책임을 규정하는 ‘재정준칙’을 만드는 시늉은 했지만, 국가채무비율 상한선을 60%로 높여 잡고, 그것조차도 적용 시점을 2025년으로 늦추는 꼼수를 부렸다.

이처럼 문 정부는 경제 체질 개선과 재도약에 필요한 개혁 과제는 손도 대지 않는 채 ‘회피’로 일관했다. 대선 공약이라도 지지층이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어김없이 ‘미루기-떠넘기기-남 탓’ 3종 세트를 동원해 꼬리를 내렸다. 그 결과는 ‘잃어버린 5년’이다. 정권 교체든, 정권 재창출이든 차기 정부가 덤터기를 쓰게 됐다. 그렇다면 다음 정부는 이런 시대적 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까. 상황은 비관적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묵은 숙제 전문가”를 자처하지만, 문 정부가 묵힌 숙제에 대해선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기본 소득, 국토보유세 같은 자신의 핵심 공약조차 하루아침에 뒤엎는 발언을 쏟아낸다. 무슨 국정철학을 갖고 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정권교체 기수를 자처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어떤가. 추상적이고 두루뭉술한 방향만 언급할 뿐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더라도 ‘잃어버린 5년’ 시즌 2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문 정부와 같은 시기에 출범한 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노동개혁, 대입 제도 개혁, 공무원 감축 등 5년 내내 개혁 행보를 멈추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연설에서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연금개혁을 재선되면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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