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김선생] '면'과 '누들' 맛집은 어떻게 다를까.. 미쉐린 평가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21. 12. 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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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 2022 서울' 꼼꼼히 살펴보니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에서 새로 별을 받은 식당 7곳 중 3곳이나 스시집이 선정됐습니다. 최근 스시 오마카세 열풍을 반영하는 듯 싶습니다./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가 지난달 25일 발표됐습니다. 총 33개의 스타(별) 레스토랑의 경향을 분석해 한 줄로 요약하면 ‘약진하는 일식 특히 스시, 변동 폭 큰 한식’일 듯합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를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약진하는 스시, 변동 폭 큰 한식

먼저 ‘약진하는 일식 특히 스시’. 올해 처음 별을 받은 식당 7곳 중 ‘고료리켄’ ‘스시 마츠모토’ ‘스시상현’ ‘하네’(각 1개) 등 일식당 4곳, 일식·중식을 같이 내는 ‘코자차’(1스타)까지 합치면 5곳이 일식을 내는 식당입니다. 기존 2스타 ‘코지마’와 1스타 일식당 ‘무니’ ‘미토우’를 합치면 8곳이 일식입니다. ‘한식’으로 분류된 식당과 같은 숫자입니다. 이 중 스시집은 ‘코지마’ ‘스시 마츠모토’ ‘스시상현’ ‘하네’ 등 4곳으로 절반이나 됩니다.

다음은 ‘변동 폭 큰 한식’. 올해 새로 별을 받은 한식당은 ‘소설한남’과 ‘윤서울’ 2곳입니다. 하지만 올해 미쉐린 스타 리스트에서 사라진 식당들까지 함께 보면 변화의 폭이 큽니다. 별 1개였던 ‘주옥’이 2개로 1등급 뛰어올랐습니다. ‘품’과 최근 문 닫은 ‘한식공간’이 별을 잃고 퇴장했네요. 그러니까 한식은 5개 식당의 이동이 있었던 셈입니다. 한식·일식·프랑스식 등 주요 카테고리 중에서 가장 변화가 크고 많았습니다.

품과 한식공간 외에 올해 리스트에서 빠진 식당은 프랑스 레스토랑 ‘임프레션’(2스타) ‘보트르 메종’(1스타) ‘스테이’(1스타)와 중식당 ‘유유안’입니다. 지난해 별 1개에서 ‘빕 구르망’으로 내려간 ‘진진’에 이어 서울 내 중식당은 한 곳도 별을 받지 못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가 정한 카테고리별로 보면 한식 8곳, 일식 8곳, 프렌치 3곳(라미띠에·오프레·피에르 가니에르), 스페니시 1곳(떼레노), 아시안 1곳(코자차), 이노베이티브 6곳(모수·알라 프리마·묘미·스와니예·에빗·제로 콤플렉스), 컨템퍼러리 8곳(밍글스·정식당·고료리 켄·라망 시크레·무오키·세븐스도어·익스퀴진·테이블 포 포)입니다.

‘이노베이티브’와 ‘컨텀퍼러리’를 번역하면 각각 ‘혁신적인’과 ‘동시대적인’일텐데, 과연 어떻게 서로 다른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식을 기반으로 하는 밍글스나 정식당 등은 한식이 아닌 지도 그렇고요.

/자료=미쉐린 가이드

◇서울은 麵의 도시? 빕 구르망 장악한 국숫집

스타 레스토랑보다 한 단계 아래인 ‘빕 구르망(Bib Gourmand)’은 61곳의 음식점이 선정됐습니다. 미쉐린 가이드가 정의하는 빕 구르망 식당은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입니다. 쉽게 말해서 가성비가 뛰어난 식당입니다.

미쉐린은 “도시별 합리적 수준의 가격(유럽 35유로, 미국 40달러, 일본 5000엔)을 기준으로 부여되는데, 서울의 경우 평균 4만5000원 이하 가격으로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선정작업이 이뤄진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1인당 4만5000원이면 가격이 꽤 나간다고 느껴져서 가성비가 훌륭하다고 보긴 힘든데요, 여러분은 어떠실 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선정된 빕 구르망 식당 61곳 중 40%가 넘는 25곳이 국수가 주력 메뉴입니다. 냉면집이 7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칼국수·소바·메일국수집이 각 3곳, 라멘이 2곳이었습니다. 삼겹살·양고기집 등 ‘바비큐’와 만두집이 각각 5곳으로 면류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면’과 ‘누들’ 차이는? 알쏭달쏭한 카테고리 분류

이미 말씀드린 ‘이노베이티브’와 ‘컨템포러리’도 그렇지만, 빕 구르망에서는 특히 이해 안 되는 분류가 많습니다. 우선 ‘바비큐’에 각종 고기 구이를 내는 식당이 들어갑니다만, ‘코리안 바비큐’의 대표인 불고기는 따로 분류돼 있습니다. 일본식 닭고기 구이 전문점 ‘야키토리 묵’은 ‘야키토리’로 분류됐는데요, ‘세미계’ 역시 닭 구이를 내는 집으로 야키토리 묵과 비슷합니다만 바비큐에 들어가 있습니다.

더 희한한 건 면 요리를 내는 세 식당이 ‘아시안’ ‘면’ ‘누들’로 각각 분류된다는 점입니다. 탄탄면을 내는 ‘정육면체’는 면, 대만식 우육탕면을 내는 ‘우육면관’은 누들, 탄탄면을 내는 ‘금산제면소’는 상호에 면(麵)이 들어가 있는데도 아시안으로 미쉐린은 소개합니다. 세 식당 그리고 이들이 내는 면 요리는 과연 뭐가 어떻게 다른 걸까요.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은 2016년 시작해 올해로 6년째입니다. 올해 새롭게 별 1개를 획득한 한식 주점 형태 레스토랑 ‘윤서울’이 내년 3월까지 휴업한 상태임을 모르고 밝히지 않은 건 단순 실수라 치더라도, 벌써 6번이나 발간했는데도 카테고리 분류를 이렇게밖에 못하나 아쉽습니다. 4만5000원 이하를 가성비 맛집으로 뽑는 것도 그렇고요. 한식과 한국 외식업계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못한 외국인이 분류해놓은 카테고리 같달까요.

6년이나 지났음에도 미쉐린 가이드가 아직 국내 대중은 물론이고 음식 애호가들에게도 신뢰할 만 한 맛집 평가서로 인정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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