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나홀로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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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마다 1인 가구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소형·미니가전 등 '나홀로 가구'를 겨냥한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혼술족' '혼밥족'으로 인해 편의점 도시락·즉석식품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전체 1인 가구 가운데 40.4%는 '일없이 논다'고 한다.
1인 가구 급증이 가족해체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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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로도 증명된다. 통계청 조사에서 지난해 전체 가구 가운데 나홀로 가구가 31.7%인 664만3000가구에 달했다. 3가구 중 1가구꼴이다. 2016년 539만8000가구(27.9%)와 비교해 가구 수와 비중이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14년 이후 7년째 가장 흔한 가구 형태로 자리 잡았다.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여유를 즐기는 건 누구나 한 번쯤 꿈꿨던 로망이다. 1인 가구 가운데 20∼30대가 35.9%인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다만 이면에 도사린 어두운 면도 간과해선 안 된다.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 전체 1인 가구 가운데 40.4%는 ‘일없이 논다’고 한다. 고령화에 심각한 구직난까지 겹쳐서다. 연평균 소득도 2162만원으로 전체 가구(5925만원)의 36.5% 수준이었다.
벌이가 시원찮으니 거주 여건도 열악해지고 있다. 1인 가구 절반가량이 원룸 형태의 40㎡(12.1평) 주택에 살고 있다. 평균 주거면적도 46.2㎡(14평)로 전체 가구 평균 68.9㎡(20.8평)의 67.1%에 불과했다. 연간 의료비 부담도 전체 가구 평균보다 1.4배 높았다.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갈수록 희박해질까봐 걱정이다. 인류학자 조지 피터 머독은 “가족은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되고 주거와 경제적인 협력을 같이하며 자녀의 출산을 특징으로 하는 집단”이라고 규정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혼자 사는 삶은 소통 단절과 공동체의식 결여를 초래한다. 미국 여론조사업체인 퓨리서치센터가 선진 17개국을 대상으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14개국 국민이 ‘가족’을 1순위로 꼽았는데 한국만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를 꼽았다. 1인 가구 급증이 가족해체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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