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삶과철학] 세금은 강제 노동?

2021. 12. 9. 23: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령 세금은 결국 서민에게 돌아와 소비를 진작하니 납세자에게도 이익이라거나, 반대로 세금이 줄어들면 사업자는 그만큼 투자를 늘려 자연스럽게 서민의 소득도 나아지게 된다는 식이다.

노동의 대가로 번 돈인데도 세금으로 가져가는 것은 그만큼 남을 위해 일을 한 셈이 된다.

그래서 노직은 세금 납부는 '강제 노동'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금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느 나라든 어느 시대든 세금에는 볼멘소리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필요하니 세금을 얼마나 거두어야 하는지는 항상 논쟁거리이다. 대체로 경제학자들이 이 논쟁을 주도한다. 가령 세금은 결국 서민에게 돌아와 소비를 진작하니 납세자에게도 이익이라거나, 반대로 세금이 줄어들면 사업자는 그만큼 투자를 늘려 자연스럽게 서민의 소득도 나아지게 된다는 식이다. 실증 연구를 하지 않는 철학자는 머리로만 실험하는 사고 실험을 제시한다.

현대 미국의 철학자 로버트 노직은 미국의 전설적인 농구 선수인 월트 체임벌린을 예로 든다. 체임벌린이 경기를 할 때마다 그의 팬들이 입장료 외의 돈을 자발적으로 체임벌린에게 준다고 가정하자. 이때 동료 선수들이 체임벌린에게 그 돈을 나누어 달라고 말할 ‘권리’가 있을까? 바꾸어 말하면 체임벌린은 그 돈을 나누어 줄 ‘의무’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체임벌린은 그 돈을 기부할 수는 있지만 줘야 할 의무는 없다. 노직은 세금은 이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돈이 필요한 사람이 많지만 필요하다고 해서 받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노동의 대가로 번 돈인데도 세금으로 가져가는 것은 그만큼 남을 위해 일을 한 셈이 된다. 그래서 노직은 세금 납부는 ‘강제 노동’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노예이다.

여기에는 자유로운 교환으로 얻은 소유물에는 절대적인 권리를 갖는다는 원리가 숨어 있다. 팬들이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의로 돈을 주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체임벌린의 소유물이고, 설령 그것을 나누어 사회 전체의 이익이 늘어나더라도 거기에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직은 여기에 애초의 소유물이 정당하게 취득되고 이전되었다는 조건을 덧붙인다. 팬이 낸 돈은 훔친 돈이 아니어야 한다. 만약 그 돈을 부모에게 받았다면 부모 역시 정당하게 번 돈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거슬러 올라가면 정당한 소유와 이전만 있을까?

최훈 강원대 교수·철학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