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문항 조건 완전하지 않다"면서도 정답 강행해 논란 자초

이호준 기자 2021. 12. 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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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수능 도입 이후 복수정답·출제오류 인정은 총 6번

[경향신문]

법원이 9일 사상 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정답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동물 종 P의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멘델 집단을 가려내는 문제다. 이 문제는 제시문과 보기로 구성돼 있는데 제시문에서는 집단 Ⅰ과 Ⅱ 중 한 집단만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며 생식하는 집단의 경우 대립유전자와 유전자형의 빈도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상태)이 유지된다고 돼 있다.

집단 Ⅰ의 경우 유전자 B의 빈도가 B*의 빈도보다 작게 나오기 때문에 마지막 조건 ‘B의 빈도는 B*의 빈도보다 크다’는 조건과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집단 Ⅱ가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통해 집단 I의 개체수를 구해 보면 유전자형이 B*B*인 개체수가 음수인 -10이 되므로 이 역시 모순이라는 게 출제오류를 지적하는 이들의 설명이다.

문제의 설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문제가 불완전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고 있다. 평가원은 “이의신청에서 제기된 바와 같이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면서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판단, 정답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1994년 수능이 도입된 이후 복수정답과 출제오류가 인정된 적은 총 6번 있었다. 2004년을 시작으로 다섯 번에 걸쳐 총 7문항의 복수정답이 인정됐고, 2014년에는 세계지리 8번 문항의 출제오류가 인정됐다. 유럽과 북미의 경제규모를 비교해 추론하는 문제였는데 경제규모 변동을 반영하지 못해 잘못 출제된 문제가 됐다. 하지만 평가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소송이 진행돼 1년여가 지난 뒤 항소심에서 출제오류가 인정됐다. 당시 교육부는 입시에서 피해를 본 학생들에게 정원 외 입학, 편입 등의 구제 방안을 내놨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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