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촉박..판결 늦거나 수험생 승소 땐 '혼란'
[경향신문]
과탐Ⅱ 중 가장 응시생 많아
서울대의대 등 최상위권 해당
교육당국 빠른 오류 인정 땐
입시 일정 맞춰 수습 가능
법원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을 집행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에서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해당 과목을 제외한 수능 성적표는 예정대로 배부된다. 교육당국은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과 별개로 해당 문항이 제대로 출제됐는지를 본안 소송에서 가릴 계획이다. 법원의 판단이 늦어질 경우 당장 오는 16일 합격자가 발표되는 대입 수시전형과 정시전형 등 해당 학생들의 입시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수험생들은 이미 “정시 원서접수도 20일 정도 남았는데 그때까지 판결이 나지 않으면 입학 정원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는 9일 법원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집행정지 결정과 관련, 10일 해당 과목 성적만 공란으로 비운 수능 성적표를 예정대로 배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생명과학Ⅱ를 선택하지 않은 수험생은 모든 과목의 성적이 기재된 성적표를, 생명과학Ⅱ를 본 수험생 6515명은 해당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 대한 성적표를 받게 된다.
교육부는 “1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및 대학들과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향후 대입 일정 등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진행 중인 생명과학Ⅱ 20번 정답 결정 취소소송이 신속하게 진행돼 후속 대입전형 일정에 차질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16일 최종 발표되는 대입 수시 일정과 30일 시작되는 정시 일정 등 촉박한 스케줄을 고려해 교육당국이 해당 문항을 모두 정답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교육부는 법정에서 출제오류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본안 소송은 10일부터 시작되는데, 법원 안팎에서는 1심 결과가 빨리 나오더라도 입시 일정 차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1심 결정이 늦어지거나 법원이 출제오류를 지적한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문제는 더 커진다. 대표적인 출제오류 문제인 2014년 세계지리 8번 문항은 수험생들의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고, 1심도 평가원의 손을 들어줬지만 1년여 뒤인 2심에서 수험생들이 승소하며 입시에서 피해를 본 학생 구제를 위해 추가합격 제도가 도입되는 등 홍역을 겪은 바 있다.
이번 수능에서 생명과학Ⅱ 과목에 응시한 수험생은 모두 6515명으로 생명과학Ⅱ는 과탐Ⅱ 중 가장 응시생이 많은 과목이다. 지구과학Ⅱ 3570명, 화학Ⅱ 3317명, 물리학Ⅱ 3006명보다 월등히 많다. 과학탐구Ⅰ과 과학탐구Ⅱ를 반드시 응시해야 되는 대학은 서울대, 울산과기원, 한국과학기술원 등이고 한양대, 단국대 의예·치의예·약학과, 광주과기원, 대구경북과기원 등에서 가산점을 준다. 이 때문에 입시업계에서는 생명과학Ⅱ 응시생 상당수가 서울대와 의·약대 등 최상위권 지원을 겨냥하고 있는 수험생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생명과학Ⅱ 20번 결과에 따라 상위권 학생들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20번을 전원 정답 처리 시 표준점수 최고점이 평가원이 발표한 69점보다 1~2점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점 2점 문제인 생명과학Ⅱ 20번 정답률은 24.6%로, 20번을 모두 정답 처리할 경우 평균 1.5점의 상승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평균이 상승하게 되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하락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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