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샤넬 직원, 점심시간마다 피켓 들고 시위..이유 들어보니

최아영 2021. 12. 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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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코리아지부 조합원 390명 참여
휴일근로수당 지급, 성범죄 개선책 마련 등 요구
협상 불발 시 17일부터 무기한 파업
9일 정오 서울 중구 샤넬코리아 본사 앞에서 샤넬코리아지부 조합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 최아영 기자]
샤넬코리아 직원들이 사흘째 본사 앞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9일 정오께 샤넬코리아 본사가 있는 서울 중구 퍼시픽 타워 앞을 찾았다. 총 14명의 직원이 피켓을 들고 2인 혹은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샤넬코리아 직원들은 최소 3년 차부터 20년 이상 재직 중인 화장품 판매 현장 근로자들이었다.

시위에 참여한 직원 A씨는 "22년 동안 샤넬코리아에서 근무해왔다"며 "노조 소속 390명이 각자 휴일에 나와 돌아가면서 시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9년 차 직원 B씨는 "회사와 소통이 안 되다 보니 나왔다"고 짧게 덧붙였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 소속 샤넬코리아지부는 지난 7일 샤넬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직후 릴레이 시위를 시작했다. 시위는 오전 8시 30분, 11시 30분에 각각 1시간씩 진행한다.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시위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오는 17일부터는 전국 85개 매장 중 60개 매장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샤넬코리아지부의 요구 사안은 ▲온라인 기여 노동 인정 ▲합당한 임금 보장 ▲법정 유급휴일 보장 ▲직장 내 성희롱 근절 정책 수립 등이다. 샤넬코리아지부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쟁의행위를 시작했지만, 본사가 교섭에 나서지 않아 지난달 5일 부분파업을 했다.

[사진 출처 = 샤넬 공식 홈페이지]
노동조합은 샤넬코리아를 '근로기준법·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상태다. 지난해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300명 이상 사업장은 공휴일·대체공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해야 한다. 대체 휴일을 쓰게 할 경우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해야 하는데 절차도 없었고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직장 내 성추행 사건 의혹과 관련해 부실 대응도 지적했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말 40대 간부가 지난 2008년부터 10년 넘게 여성 직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의혹을 은폐하려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6월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임원이 검찰에 송치됐음에도 부서를 이동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정오 샤넬코리아지부 조합원들이 요구 사안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 = 최아영 기자]
김소연 샤넬코리아지부 지부장은 "현장노동자들에게 2년간 체불한 휴일근로수당 지급하고 유급휴일을 보장하라. 성과이익을 회사만 독식하지 말고 합당한 임금을 지급하라"며 "성범죄에서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38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좋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회사는 '코로나19로 면세사업이 곤두박질쳐서 매출액이 40% 줄었고, 이는 동종업계 대비 가장 좋지 않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샤넬코리아는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샤넬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난해 면세사업부 매출이 전년대비 81% 급감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자발적인 퇴사 없이 직원 고용 안정을 위해 민첩하게 대응해왔다"며 "지난 11개월 동안 직원들에게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보상을 유지하고 강화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노조와 의견 차이로 합의안 타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 측이 제기한 직장 내 상습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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