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되고 35세까지 골프.. 그다음엔 가장 행복한 '백수' 할 거예요. ㅎㅎㅎ"

민학수 기자 2021. 12. 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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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학수의 올댓골프]가장 완벽한(?) 2등 임희정 인터뷰<1>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한 2021년
웃는 모습이 닮았다고 '예사(예쁜 사막 여우)'란 애칭이 따라붙는 임희정이 팬이 뜨개질을 해 선물한 드라이버 헤드 커버를 들어올렸다. 임희정은 "제 눈이 더 찢어졌는데~"라며 웃었다. /민학수 기자

완벽한 2등은 ‘동그란 네모’ 처람 말이 되지 않는 소리 같다. 2등이면 2등이지 완벽한 2등이라니?

웃는 모습이 닮았다고 ‘예사(예쁜 사막 여우)’란 애칭이 따라붙는 프로골퍼 임희정(21)의 올 시즌을 돌아보면 ‘완벽한 2등’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2019년 데뷔 시즌 3승을 거두었던 임희정은 지난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1년 10개월 만에 통산 4승을 거두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대회 끝나고 처음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2개월 뒤 부산에서 열린 BMW 챔피언십에서는 연장에서 고진영에게 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직행 티켓을 놓쳤다. 허무했다고 한다. 이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상식에서는 상금 2위, 대상 2위를 했지만, 온라인 팬 투표에서 몰표가 쏟아지며 인기상을 받았다.

임희정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1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상 시상식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LPGA

기쁨과 아쉬움이 크게 교차한 한 해를 보낸 임희정을 서울 양재동의 골프 연습장에서 만났다. 그에게 골프 선수로서 목표를 물어보니 “세계 1위가 되는 것”이라고 하더니 “약오르잖아요”라며 웃었다.

지난 10월 미 LPGA투어와 KLPGA투어가 공동 주관한 BMW 챔피언십에서 나흘간 보기 하나 없이 1~4라운드 연속으로 60대 타수를 기록한 선수는 임희정이 유일했다. 버디만 22개를 잡아 22언더파 266타를 기록했다. 그는 “연장에서 지고 첫 느낌은 허무였어요. 이렇게 해도 질 수 있구나. LPGA 투어 직행 티켓도 걸려 있었고요. 주변에서도 너무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어요”라고 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선 이번 2등이 오히려 골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고)진영 언니보다 크게 부족한 쇼트 게임 부분을 보완하고 경험을 더 쌓는다면 큰 대회에서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 같았어요”라고 했다.

그는 동계 훈련 기간 100m 이내 어프로치 샷을 원 퍼트로 끝낼 수 있는 거리에 붙이는 능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올 시즌 KLPGA투어에서도 임희정은 완벽한 2등이었다. 28개 대회에서 27차례 컷을 통과하고 1등 1번, 2등 3번, 톱10 10번을 기록했다. 상금 9억9166만원으로 2위, 대상포인트 618점으로 2위였다. 6승을 거두며 상금 15억원을 돌파한 ‘친한 언니’ 박민지(23)가 3관왕을 차지했다.

임희정은 “민지 언니랑 성격도 비슷하고 진심으로 통하는 부문이 많아요. 연습라운드를 자주 하는데 올해 초에 민지 언니가 ‘남들은 잘 치는데 우리 둘은 왜 이러니’하고 ‘현타(현실자각 타임을 이르는 말)’를 주고받곤 했었죠”라며 말을 이어갔다. 그는 “민지 언니가 뭔가 깨달은 것 같은데 알려주지는 않아요”라며 “열심히 하고 있으면 저에게도 기회가 오겠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라고 했다. 먼저 우승하는 선수가 밥을 사기로 했는데 박민지가 초밥을 한번 쐈다고 한다.

임희정이 원형탈모증까지 걸릴 정도였던 부진을 탈출한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골프 이외에 다른 취미를 찾은 게 도움이 됐어요”라며 “요즘엔 시간 나면 요리하고 맛집 찾아다니는데 다른 건 몰라도 간은 잘 봐요”라고 했다. 그는 “엄마가 요리를 두루 잘하시는데 안동 찜닭 같은 것도 척척 해주신다”며 “엄마를 닮아서 요리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해보는데 얼마 전 감자볶음이 기가 막히게 잘돼서 스스로 감동한 적도 있어요”라고 ‘셀프 칭찬’을 했다.

건국대 2학년으로 골프 산업이 전공인 그는 “운동 역학은 어려워도 제 골프 스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흥미가 있어요”라고 했다. 임희정은 어릴 때 신지애(33)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계 정상의 골퍼가 되는 모습을 보며 골퍼의 꿈을 키웠다. 요즘은 본받을 언니들이 참 많다고 한다. “(김)효주 언니는 타고난 감각과 판단 능력이 골프 천재예요. (고)진영 언니는 마음먹은 건 딱 해내고 누가 봐도 세계 최고 같은 카리스마가 있잖아요. (전)인지 언니를 보면 남을 배려하고 편안하게 해주려는 속 깊은 마음이 느껴져요”라고 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와 전화를 통해 영어를 배우고 있다. 국내에서 승수를 더 쌓고 자신의 골프가 단단해지면 LPGA투어에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 인생계획도 야무지게 세워놓았다. 우선 35세까지는 골프에 최선을 다해서 세계 1위가 되고 LPGA투어 정상에 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다음이 엉뚱했다.

임희정은 “서른다섯까지 최선을 다한 뒤 행복한 백수가 될거예요. 저를 위해 응원해준 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제가 응원을 해드려야죠”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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