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見卵求鷄(견란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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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견, 알 란, 구할 구, 닭 계.
견란구계.
영어에도 '부화하기 전에 닭을 세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견란구계와 딱 들어맞는다.
국힘 선대위 방에 '견란구계'를 써 붙여 놔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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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견, 알 란, 구할 구, 닭 계. 견란구계. 달걀을 보고 병아리로 깨어 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뜻이다. 성급하게 좋은 결과를 예단하지 말라는 경구(警句)다. 우리 속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영어에도 '부화하기 전에 닭을 세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견란구계와 딱 들어맞는다.
장자(莊子) '제물론편(齊物論篇)'에서 유래했다. 구작자(瞿鵲子)가 스승인 장오자(長梧子)에게 물었다. "공자(孔子)는 모름지기 성인(聖人)이란 속된 세상일에 종사하지 않고 이로움을 추구하지 않으며 말하지 않아도 말한 듯, 말해도 말하지 않은 것처럼 표현돼 마치 속세를 떠나 노니는 것처럼 묘사하면서, 비록 터무니없는 말이지만 미묘한 도(道)를 실행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장오자는 답하기를 "그 말은 황제가 들었다고 해도 당황했을 텐데, 어찌 그것을 알겠는가? 자네는 지나치게 급히 서두르는 듯하다. 달걀을 보고 닭울음소리로 새벽을 알리기를 바라거나 탄알을 보고 새 구이를 먹기 바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공자가 한 말의 의미를 성급히 해석하지 말고 더 깊이 음미하라고 조언한 것이다.
일에는 진행 단계마다 다른 양상을 띠는 것이 보통이다. 시간이 흐르며 숙성될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 깊이 생각도 않고 초입에 나타난 현상을 보고 판단하거나 마무리 지으면 손해다. 기다림과 참을성은 꼭 보상한다. 김칫국부터 마시거나,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거나 콩밭에 가서 두부를 찾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이 선대위 구성을 놓고 내홍을 겪었다. 결국 따지고 보면 자리싸움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으니 한껏 욕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현재 부동층이 30~40%에 달한다. 국민은 떡(표) 줄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자리)부터 마시다가는 일을 크게 그르칠 것이다. 국힘 선대위 방에 '견란구계'를 써 붙여 놔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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