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특조위' 활동 종료.."정부가 권고 취지 못살려 아쉬워"

신다은 2021. 12. 9. 18: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용균 특조위 3년 이행점검이 남긴 것

정부 특조위 권고 83% 이행했다지만
노무비 착복·간호사 처우 개선 등
권고 취지 해석 놓고 이견 평행선
특조위, 앞으로 이행 점검위 참석 않기로
7일 오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작업 도중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3주기 추모제가 충남 태안군 원북변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열려,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아들의 추모 조형물을 끌어안고 있다. 태안/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노동자 한 명의 사고에 대해 정부가 국민참여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이행 점검 계획을 점검한 것은 이례적이고 소중한 사례다. 그러나 자문위원으로서 의견을 제시할 때 전반적으로 (정부와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고 특조위 권고 취지를 살리지 못한 안건이 있었다.”

지난 2019년 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 사고를 조사해 22개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냈던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 특조위)는 지난 11월까지 2년 간 정부가 특조위 권고를 이행한 결과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권영국 변호사 등 그간 자문위원 및 민간 위원 자격으로 정부의 이행 점검 회의에 참여했던 특조위원들은 9일 ‘김용균 특조위 이행 점검 보고회’를 열고 “일부 쟁점에 대해 수차례에 걸친 협의에도 불구하고 정부 부처와 특조위 이행점검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지난달 개최된 이행 점검 회의를 끝으로 참여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김용균 특조위 활동 종료를 밝힌 셈이다. 전날인 8일 국무조정실은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 이행점검보고서’를 발간해 ‘56개 세부 과제 가운데 47개(83.9%)를 이행했다’고 평가했는데, 특조위원들은 이에 대한 이견을 보고회에서 밝히고 별도 의견서도 보고서에 남겼다.

사실상 여전히 분절화된 원·하청

양쪽의 가장 큰 의견 차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방법론과 이행 시기에 있었다. 지난 2019년 특조위원들은 “쪼개져서는 안 되는 유기적 공정이 여러 업체로 외주화되면서 지휘·보고 체계가 중첩되고 설비 소유자인 원청과 운영자인 하청이 서로 안전 책임을 미루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연료·환경 운전 분야의 발전5사 직접고용과 경상정비 분야의 한전케이피에스(KPS) 재공영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는 발전5사의 가장 큰 하청업체인 한전산업개발을 한전의 자회사로 만드는 ‘공공기관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를 추진했고 경상정비 정규직화는 아예 제외했다.

특조위는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에 대해 “원·하청 구조가 사실상 유지되는 구조여서 중층적 지휘․보고 체계로 인한 소통 문제와 위기 관리의 통합 문제, 시설에 대한 권한과 책임의 일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고 평가했다. 또 한전산업개발 대주주와 한국전력 간 지분거래가 지연되면서 연료 운전원의 정규직화가 아직까지 완료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매우 뼈아프다”고 평가하며 “가격협상이 순탄치 않을 텐데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한전의 별도 자회사 설립 혹은 발전사 직고용 방안 등의 대안 검토를 병행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고 했다.

하청 노동자 참여도 어려워

현장의 위험 요인을 문제제기하는 절차에 하청 노동자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양쪽 이견이 있었다. 2019년 특조위는 하청 노동자에게 발언권을 주려면 법적 심의·의결기구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협력사 노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나 정부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하청 노사가 따로 참여하는 ‘안전근로협의체’를 만들어 거기서 논의된 안건을 필요 시 원청 산보위에서 의결하도록 체계를 짰다.

특조위원인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안전근로협의체가 법정 기구인 산보위와 달리 협의기구여서 안건을 이행할 강제력이 없고 원청과의 종속적 관계도 벗어나기 어렵다고 봤으나 정부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이번 국조실 보고서에도 ‘노사 합의나 시범 사업을 통해 법 개정 전이라도 시도할 것’을 의견으로 달았다.

현장에 만연한 연료·환경 운전원의 노무비 착복 관행을 그대로 둘 지에 대해서도 정부 쪽과 특조위원이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정부는 정규직화 대상이 아닌 경상정비 노동자에게만 적정 노무비를 지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정규직화 대상인 연료·환경 운전원은 제외했는데, 특조위원들은 이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특조위원으로 참석했던 권영국 변호사는 “정규직화가 표류되는 2년 10개월 간 운전 분야의 노무비 착복이 방치되고 있어 이를 해결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는 권고 취지 못살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지 않고 시일을 끌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조위는 “발전소 산하에 중앙산업안전보건지원센터를 설립하라는 권고는 설립 그 자체보다 발전소 노동자 안전 보건을 강화하는 역할과 기능을 확보하라는 뜻이었는데 정부는 특조위 권고 이후 3년 동안 센터 설립 논의만 했다. 센터가 설립되기 전이라도 시범사업 연구용역 형태로 추진할 수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 산재 은폐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경미한 산재 건수를 협력사 감점 지표로 삼아선 안 된다는 특조위 의견이나, 발전소 사고 응급 대응을 맡는 간호사가 촉탁직 시간제로 고용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가 각각의 제안에 대해 ‘감점지표를 종전의 50%만 적용’과 ‘산업위생사 신규채용’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특조위는 “권고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는 권고안을 낸 주체(특조위)와 권고를 이행하고 점검하는 주체(정부)가 분리되면서 어느정도 예견된 문제다. 정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지난해 2분기까지 특조위 권고 이행 점검 회의 주체를 정부 부처 위원들만으로 구성했다가 3분기에야 특조위원 5명을 참여시켰는데, 먼저 방안을 마련해 이행하던 정부 부처와 특조위원 간의 의견 차를 좁히기 어려웠다. 특조위원인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위원은 “단순히 체크리스트를 쓰고 하나씩 지워나가는 차원이 아니라 특조위 권고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 중요했는데 그런 소통이 어려웠다”며 “다음 번에는 권고와 이행 점검의 주체가 분리되지 않도록 참고하는 사례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