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카메라 라이카 M3..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이승우 2021. 12. 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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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댓 프로덕트
세상을 바꾼 제품들
뷰파인더 확 키우고
렌즈·초점 기능 개선
신속한 사진 촬영 가능
"M3는 몇세대 앞선 혁신 모델"
60년 지났어도 여전한 걸작
난 평생 결정적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하길 바랐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인간의 삶은 제품으로 가득하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된 수많은 제품들이 인간의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좋은 제품은 사람을 풍요롭게 만든다. 기업 역시 좋은 제품을 만들어 한 시대를 지배하기도 하고, 경쟁에 뒤처져 사라지기도 한다. 웨이브섹션의 새 코너인 ‘올 댓 프로덕트’는 우리의 삶을 바꾼 제품부터 시대를 앞서가 사라져간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라이카 카메라는 내 눈의 연장이다. 나는 그 사진기를 발견한 이후로 그것과 떨어져본 적이 없다.”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은 사진을 단순한 기록 매체에서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사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라이카 카메라다. 184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35㎜ 필름을 이용한 카메라의 표준을 제시했다. 회사가 생긴 지 170년이 넘은 지금도 꾸준히 카메라를 만들어오고 있다. 이 회사의 카메라는 브레송 외에도 세바스치앙 살가두, 유진 스미스 등 사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 사진가들의 곁을 지켰다.

 진일보한 기능 갖춘 M3

라이카의 주력 모델이자 최신 기종은 2017년 첫선을 보인 M10 시리즈다. 여느 디지털카메라와 다르게 곡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각진 디자인과 사진을 찍는 사람의 눈동자가 보일 정도로 크게 뚫려 있는 뷰파인더가 이 카메라의 특징이다.

라이카는 이 디자인을 70년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M 시리즈의 근본이자 기원은 1954년 출시한 M3다.(M1과 M2는 M3 이후 몇몇 기능을 제외한 보급형 기종으로 발매됐다.) 당시만 해도 M3는 과거의 카메라보다 몇 세대는 진일보한 혁신적 모델이란 평가를 받았다. M3 이전의 라이카 카메라는 렌즈를 장착하려면 카메라 렌즈 마운트의 홈에 맞춰 나사를 끼우듯 렌즈를 여러 바퀴 돌려야만 했다. M3는 베이어닛(bayonet) 방식을 채택해 렌즈를 카메라 렌즈 마운트 홈에 맞춰 반 바퀴만 돌리면 견고하게 장착할 수 있었다.

바늘구멍 같던 뷰파인더도 크고 환하게 바뀌었다. 렌즈의 초점거리에 따라 뷰파인더 내 이미지 프레임을 자동으로 바꿔주는 기능도 넣었다. 뷰파인더 내에서 이중합치상을 이용해 초점을 잡는 기능도 생겼다. 이전에는 초점거리가 다른 렌즈를 쓰려면 별도의 뷰파인더를 장착해야만 했다. 구도를 잡을 때와 초점을 맞출 때 각각 다른 뷰파인더를 봐야 하니 사진을 빠르게 찍기 쉽지 않았다. M3의 탄생으로 ‘결정적 순간’ 포착도 가능해진 셈이다.

 혁신에서 전통 상징 된 라이카

M3는 출시와 함께 ‘최고의 카메라’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1966년 단종될 때까지 22만 대가량이 팔려나갔다. 일본 카메라 회사들의 ‘운명’을 바꾼 제품이기도 하다. M3는 1954년 독일에서 열린 사진 기자재 전시회 포토키나에서 처음 공개됐다. 일본의 대표적 카메라 회사인 니콘과 캐논은 당시만 해도 라이카, 콘탁스 등 독일 회사들의 카메라를 베낀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전시회에서 M3를 본 일본 업체들은 자신들의 기술로는 이 카메라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당시 카메라업계의 주류이던 이중합치식(RF) 대신 일안반사식(SLR) 카메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후 절치부심한 니콘과 캐논은 싸고 튼튼한 SLR 카메라로 반격에 나섰다. 특히 1980년대 들어 수동 초점에서 자동 초점으로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니콘과 캐논을 비롯한 일본 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기에 이른다.

반면 라이카는 M3 이후에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1971년 M5에서 처음으로 노출계를 내장했고,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열리던 2002년에야 겨우 전자식 셔터를 도입한 M7을 내놨다. 2006년 M8부터는 디지털 M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1950년대 혁신의 상징이었던 M 시리즈는 어느새 변치 않는 전통을 상징하는 카메라로 변해버렸다. 예나 지금이나 선망의 대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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