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서면 분노 끓어올라"..관객 압도하는 카리스마

오수현 2021. 12.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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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베카' 주인공 신영숙
댄버스 부인은 내 분신
정상 아닌 인물이지만
관객들 이해받게 하고파
실제 성격은 밝고 유쾌
편안하게 목 관리하며
바쁜 공연 일정 소화해
뮤지컬 `레베카` 배역인 댄버스 부인 의상을 입고 있는 신영숙 . [사진 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레베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당연히 레베카"라고 답했다면 아직도 이 뮤지컬을 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이 작품은 레베카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170여 분에 이르는 공연 시간 내내 등장하는 인물은 남주인공 막심 드 윈터와 그의 새 부인 '나(I)'이지만, 작품을 봤다면 맨덜리 저택의 집사 댄버스 부인이 사실상 주인공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댄버스 부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하이C(3옥타브 도)를 훌쩍 넘어 3옥타브 솔(G)까지 진성으로 내지르는 압도적 노래 '레베카'를 부를 때는 물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그래서 레베카를 수차례 반복해 관람하는 팬들은 이 작품의 이름을 뮤지컬 '댄버스'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뮤지컬계의 디바 신영숙(46)은 지난달 여섯 번째 시즌을 개막한 레베카에서 6시즌 연속 댄버스 부인으로 출연했다. 레베카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신영숙을 가리켜 "댄버스 부인의 목소리"라고 할 정도로 배역과 혼연일체를 이룬다. 최근 공연이 열리고 있는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신영숙을 만났다.

"제 실제 성격이요? 밝고 유쾌해요. 댄버스 부인 외에도 악역을 자주 맡았는데 그렇다고 못된 성격은 아니에요(웃음). 제가 맡았던 배역 중 '맘마미아'의 도나가 가장 제 성격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책임감이 강하고, 친구들을 좋아하죠."

레베카를 보는 관객들은 '나'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 의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맨덜리 저택의 옛 여주인 레베카에게 여전히 사로잡혀 있는 댄버스 부인은 '나'를 경계하고 배척한다. 댄버스 부인의 표정에선 순간순간 '나'를 향한 경멸과 멸시의 감정이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늘 위축돼 있고, 자신의 하인인 댄버스 부인의 눈치를 살핀다. 그런 '나'의 모습이 안쓰럽다.

"무대에서 댄버스 부인에 완연히 몰입되면 실제로 '나'가 미워 죽겠어요. 극 중 제 표정과 대사는 연기라기보단 실제 감정에 가까워요. 싫은 감정이 너무 차올라서 오히려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할 정도죠. 그래서 관객들이 저한테서 서늘한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댄버스 부인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충심으로 모시던 안주인이 죽은 지 1년도 안돼서 새 안주인이 들어온 거잖아요. 게다가 맨덜리 저택에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이 영화화했을 정도로 반전과 스릴이 넘친다. 극이 종반에 이르면서 댄버스 부인은 점점 광기로 치닫는다.

"이번이 여섯 번째 시즌인데도 저는 아직도 댄버스 부인을 100% 이해하진 못한 것 같아요. 그만큼 정상적인 인물이 아니에요. 새로운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댄버스 부인의 정신세계로 몰입하는 데 시간이 걸려요. 그래도 저는 그녀를 관객들의 이해를 조금이나마 받을 수 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어요. 댄버스 부인이 죽은 레베카에게 왜 그리 집착하는지는 관객들 각자 해석의 영역이에요. 제 해석요?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저는 그녀가 자존감이 매우 낮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해요."

신영숙은 댄버스 부인으로 주 5회 레베카 무대에 오른다. 동시에 뮤지컬 '엑스칼리버'에도 여주인공 격인 모르가나로 출연하고 있다. 두 작품에서 모두 고난도 넘버를 소화한다.

"바쁜 일정이지만 다행스럽게도 무대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인 적은 없어요. 너무 예민하지 않은 게 비결인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는 무대에 설 때마다 '틀리면 어쩌지' 신경이 곤두서곤 했어요. 그런데 너무 과하게 신경을 쓰면 목이 더 안 좋아지더라고요. 2년 전부터 이런 부담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어요. 다들 제가 엄청 목 관리를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저 물 많이 마시고, 겨울철엔 잠잘 때 가습기 틀어놓는 정도가 다예요. 공연 마치고 가끔 술도 한잔 하죠. 스트레스를 적당히 풀어 가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무대에 서는 게 목 관리 비결이에요."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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