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사건건' 부딪히는 美·中 패권 전략
美,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악몽에 긴장
현안으로 떠오른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경제, 대만 문제, 코로나 기원 등 사안마다 대립
두 나라간 '치킨게임'으로 21세기 미래 '암울'
1962년 10월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로 미국과 소련은 핵전쟁 일보 직전까지 위협 수위를 높여가며 날카롭게 대치했다.
당시 소련은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불과 150km 떨어진 섬나라 쿠바에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었다.
만약 이 기지에서 사거리 3700km인 중거리 미사일 'R-14'이 미국을 향해 발사된다면 불과 8분 만에 워싱턴은 쑥대밭으로 변할 판이었다.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공산화한 쿠바는 미국의 '목엣 가시'로 케네디 대통령은 1년 전인 1961년 망명한 쿠바 반체제 인사들을 지원해 쿠바 침공 작전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당시 미국은 소련 남쪽에 있는 터키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해 둔 상태로 소련 전역을 타격할 능력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이 때문에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 서기장은 쿠바 미사일을 방어용이라고 강조했다.
아무튼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에 미사일 기지 철수를 요구하면서 항공모함 8척을 포함한 대규모 함대로 쿠바 해상을 봉쇄하고 그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선박에 대해 수색을 벌였다.
분위기가 일각촉발의 위기로 치닫자 흐루쇼프 서기장은 미국이 터키에서 중거리 미사일을 철수시키면 소련도 쿠바에서 미사일을 빼겠다고 밝혔다.
다행이 케네디 대통령이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사태는 일단락 했다.
지금은 일반화된 정치용어로 양국 정상 사이에 개설된 직통전화를 뜻하는 '핫라인(hotline)'도 쿠바 위기를 계기로 미·소 간에 최초로 설치됐다.
그런데 59년이 지난 지금 쿠바 미사일 사건과 유사한 일이 상대 국가와 장소만 바뀐 채 재현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 미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 동부해안에서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아프리카 적도기니에 군사기지 건설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식민지였다가 1968년 독립한 적도기니는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8분의 1, 인구는 140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기니만의 주요 항만도시인 '바타'에 대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항구는 물론 '바타'와 중앙아프리카 내륙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도 건설했다.
이는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공들여 진행 중인 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 즉 '일대일로' 프로젝트 의 일환으로 언제든 군사용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중국은 1979년부터 40년 넘게 장기 집권하고 있는 음바소고 대통령 정권의 경찰 훈련과 무장도 지원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이 적도기니에서 중국의 군사기지 건설 징후를 포착한 것은 2019년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월 고위 당국자를 현지에 급파하는 등 군사기지 건설 저지에 나섰다.
미국 입장에서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동부해안을 마주보는 곳에 중국군함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상설기지가 들어선다는 것은 '쿠바 미사일'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적도기니 측에 미·중 경쟁의 최 일선에 끼어드는 것은 실수라는 우려의 뜻과 함께 환심을 사기위한 구애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17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배들이 지나는 동아프리카 '지브티'에 최초의 해외 상설군사기지를 건설했다.
중국 최초의 해외 군사기지인 '지브티'에는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이 기항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전 세계 수십 개 나라에 수백 개의 군사기지를 갖고 있는 미국과 비교해 볼 때 중국이 보유한 군사기지 1개는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다.
하지만 서아프리카 적도기니 기지는 사상 처음으로 대서양 건너편에 중국의 군사기지가 들어선다는 점에서 미국을 아주 껄끄럽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적도기니 군사기지 건설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작은 불씨하나에도 폭발할 수 있는 화약고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잡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갈등은 이뿐 만이 아니다.
대만 지위 문제,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시험, 경제 전쟁,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갈등 등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최근에는 내년 2월로 예정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신장지역에서 위구르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했다.
올림픽에 선수단은 참가하지만 정부 대표단을 비롯한 어떤 외교 사절단도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은 스포츠를 정치화하는 것이라며 반격 조치를 반드시 취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최강국 지위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의 패권 경쟁은 우리 한반도에도 고스란히 그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현안으로 떠오른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문제만 해도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와 영국, 캐나다가 잇따라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일본도 검토 중인 상황이다.
임기를 마치기 전에 '종전선언'을 이끌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중인 현 정부로서는 악재 한 가지가 추가된 셈이다.
지난 20세기 미국과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21세기에는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두 초대형 강국이 강대강의 전략을 앞세워 양보 없이 상대를 향해 돌격하는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일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글로벌 리더의 지위에 있는 두 나라가 극단으로 치닫는 대결에서 벗어나 공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제발 현명해지길 바래본다.
CBS노컷뉴스 윤석제 기자 yoonthoma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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