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종말 유도하는 기후행동 기록, '지구 블랙박스'에 담는다

곽노필 2021. 12. 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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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라면 인류가 기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사라질 경우, 훗날 이 블랙박스를 열어 보면 인류 문명의 몰락 원인을 파헤쳐볼 수 있다.

광고대행사 클레멘저BBDO, 예술전시단체 글루소사이어티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연구진은 프로젝트 웹사이트를 통해 "지구 블랙박스는 인류가 기후 재앙에 대응해 취하는 모든 것을 기록하게 된다"고 밝혔다.

인류 종말을 유발하는 사건에 대한 편견없는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기록물을 남기는 게 블랙박스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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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대응 기록 담은 대형 저장장치
지질 구조 안정된 호주 태즈매니아에 설치
호주 최남단 태즈매니아섬에 세워질 ‘지구 블랙박스’ 완성 후의 모습. 지구블랙박스 프로젝트팀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매니아대 연구진이 인류 문명의 마지막일 수도 있는 흔적을 담겠다는 목표 아래 ‘지구 블랙박스’(Earth's Black Box)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인류가 어떻게 기후 위기를 맞았고, 어떻게 이에 대처했는지에 관한 기록을 이 블랙박스에 담을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인류가 기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사라질 경우, 훗날 이 블랙박스를 열어 보면 인류 문명의 몰락 원인을 파헤쳐볼 수 있다. 비행기의 사고 기록을 담고 있는 블랙박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 블랙박스는 가로 4미터에 높이 10미터 크기의 강철 구조물로 오스트레일리아 남동쪽 태즈매니아섬의 서쪽 화강암 지대 위에 세워진다. 강철의 두께는 7.5cm. 프로젝트팀이 공개한 블랙박스의 기하학적 구조는 설치미술 작품을 연상시킨다.

연구진은 몰타, 노르웨이, 카타르 등 여러 후보 지역이 있었으나 태즈매니아가 지정학적으로나 지질학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라는 판단에서 이곳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지구 블랙박스는 설치미술 작품을 연상시킨다. 지구블랙박스 프로젝트팀 제공

인터넷 통해 500가지 항목 수집

광고대행사 클레멘저BBDO, 예술전시단체 글루소사이어티와 함께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연구진은 프로젝트 웹사이트를 통해 “지구 블랙박스는 인류가 기후 재앙에 대응해 취하는 모든 것을 기록하게 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측정 기록, 연구 결과, 세계 각국의 조처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저장한다. 인류 종말을 유발하는 사건에 대한 편견없는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기록물을 남기는 게 블랙박스의 목적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글루소사이어티의 조너선 니본 이사는 ‘시엔엔’에 “지구 블랙박스는 지구 건강에 대한 독립적인 불멸의 장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블랙박스가 지도자들에게 더 큰 책임감을 부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블랙박스의 속은 모두 저장장치다. 인터넷을 통해 기후변화와 관련한 500가지 항목의 데이터를 수시로 수집해 저장한다.

수집하는 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하나는 육지와 바다의 온도, 바다 산성도, 온실가스, 인구, 멸종 상황, 에너지 소비, 군사비 지출 등의 측정 자료다. 다른 하나는 신문기사 제목, 소셜미디어 게시글, 기후변화 관련 회의 소식 등 맥락 자료다. 현재의 자료 뿐 아니라 과거 자료도 가져와 담는다. 블랙박스의 구동 전력은 태양광 전지와 배터리를 통해 공급한다.

지구 블랙박스 홈페이지. 실시간 기록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용성보다 각성 효과 노린 듯

블랙박스는 내년 초에 완성될 예정이지만 이미 11월 글래스고 기후정상회의 이후 기록 작업은 시작됐다. 연구진은 일단 앞으로 30~50년 동안 쌓을 수 있는 저장 용량을 갖춘 뒤 지속적으로 용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저장된 내용이 중간에 해킹당하거나 유실되지 않도록 기록 내용을 해독하는 방법도 다양한 암호를 이용해 까다롭게 할 예정이다.

프로젝트팀은 “블랙박스에 담길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며 “한 가지 확실한 건 당신의 행동, 방관, 상호작용이 지금 기록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루소사이어티의 니본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이 기록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블랙박스 프로젝트가 실제로 노리는 것은 기록 자체보다 바로 이런 각성 효과인지도 모르겠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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