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인물난·反이민 정서 타고.. 프랑스 대선 '우파 빅4의 전쟁'

임정환 기자 2021. 12. 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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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포커스

- 내년 4월 대진표 ‘윤곽’… 마크롱 출마선언 남아

중도·극우·정통 우파의 싸움

유럽내 좌파득세 흐름과 달라

마크롱 지지율 24%로 선두에

르펜·제무르·페크레스 뒤이어

멜랑숑·자도 등 좌파후보 고전

“환경정책 등 비현실적” 비판도

이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결심만 남았다. 내년 4월 치러질 프랑스 대선 얘기다. 재선 도전이 유력한 마크롱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면 앞으로 5년간 프랑스를 이끌 지도자를 뽑기 위한 대진표가 완성된다. 그런데 웬일. 내년 2월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이는 마크롱 대통령을 포함해 유력 후보 4인이 모두 ‘우파’로 분류된다. 프랑스 대선 구도가 중도 우파인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이냐 또는 극우나 정통 우파 세력이 정권을 차지하느냐로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다. 현시점에서 프랑스 좌파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최근 독일과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 좌파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내년 4월 프랑스 대선 대진표, 우파 일색? = 외신들을 종합하면 프랑스의 극우 논객 에리크 제무르가 11월 3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정통 우파 공화당이 4일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했다. 이에 앞서 극우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와 중도좌파 사회당 안 이달고 파리시장, 녹색당 야닉 자도 유럽의회 의원, 극좌 성향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당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각 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이번 프랑스 대선은 ‘빅4’가 모두 우파라는 특징이 있다. 현재 마크롱 대통령이 지지율 24%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르펜 대표(19%)와 제무르 후보(14%), 페크레스 주지사(10%)가 2~4위를 기록 중이다. 넷 다 우파지만 마크롱 대통령과 페크레스 주지사가 중도 우파로, 르펜 대표와 제무르 후보가 극우로 분류된다. 마크롱 대통령의 결선 투표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우파 진영 내에서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1, 2위를 놓고 다시 투표를 진행하는 결선 투표제를 택하고 있다.

이들의 신경전은 이미 대선판을 뜨겁게 달구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혀 왔던 르펜 대표는 제무르 후보가 최근 기세를 올리자 한 인터뷰에서 “제무르는 결선투표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국민을 분열시키는) 선동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위인 페크레스 주지사는 후보 선출 뒤 기자회견에서 르펜 대표와 제무르 후보를 싸잡아 “인종차별적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반면 좌파 후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멜랑숑 대표(9%), 자도 의원(8%), 이달고 시장(5%) 등은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다.

◇우파들의 득세 이유는 인물난에 반이민 정서도 한몫 = 프랑스 좌파가 외면받는 이유는 우선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참신한 인물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멜랑숑 대표와 자도 의원, 이달고 시장 등은 새로운 얼굴이 아니다. 멜랑숑 대표는 대선만 세 번째 도전하는 정치인이다. 자도는 환경단체 ‘그린피스 프랑스’ 대표 출신으로 2017년 대선에서도 녹색당의 대표 후보로 선출된 적이 있다. 이달고는 2014년 파리 시장으로 선출된 뒤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는 극우 진영에서 새로운 인물인 제무르 후보 인기가 높아지면서 르펜 대표와 경쟁, 그에 따라 극우 진영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것과 반대다. 당내 경선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통해 후보로 선출된 페크레스 주지사와 같은 드라마도 없었다.

무슬림과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사회 전반에 흐르면서 이들에게 온정적인 좌파 후보들이 외면받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극우 후보들이 지지율 2~3위를 달리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전체 인구가 6700만 명인 프랑스에서 무슬림은 600만 명 안팎에 달한다. 유럽에서 가장 무슬림이 많이 사는 나라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의 ‘우향우’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해산 작업에 나섰다. 알제리 등 전통 우호국인 북아프리카 3국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대선을 앞두고 무슬림과 이민자에 대한 정책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자 칼을 빼 들었다는 평가다.

좌파 후보들의 지향점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많다. 특히 이달고 시장의 경우 지난 8월 파리 시내 자동차 최고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차량 통행을 줄여 파리를 환경친화적인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달고 시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도이체벨레는 “파리의 새로운 정책이 거주민과 교외에서 수도로 통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교통 문제를 떠안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빅텐트로 반전 꾀하는 좌파? = 좌파 정당들은 후보 단일화를 논의 중이다. 지난 3월 자도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의 역사적인 책임은 서로의 차이점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각 정당 주요 인물들이) 협상 테이블에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당시 사회당 후보였던 브누아 아몽 하원의원 역시 “(좌파 정당들이) 모이지 않는다면 그건 죄악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중순 아몽 의원을 비롯해 이달고 시장, 자도 의원 등 좌파 정당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멜랑숑 대표는 남미 방문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좌파 지지자 10명 중 8명이 단일 후보를 내는 데 긍정적’이라는 결과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이 회의에서는 각 좌파 정당이 당원 투표를 통해 대표 후보를 뽑은 뒤 다시 최종 투표로 대선후보를 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그럼에도 실제 단일화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론도 회의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전체의 72%가 ‘좌파 정당들이 단일 후보로 통합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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