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좌파' 집권한 獨은 기후대응 가속·최저임금 인상 등 변화 시동
■ 글로벌 포커스
양극화 해소·이민자 우호정책
中·러엔 ‘강경 기조’ 전환할듯
佛은 獨과 EU내 주도권 경쟁
16년 만에 중도 좌파 정권이 들어선 독일의 변화 방향에 국제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은 내부적으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중도 우파 색채를 털어냄과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중국·러시아에 기존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그간 유럽연합(EU)의 맹주 자리를 놓고 독일과 주도권 다툼을 벌였던 프랑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프랑스는 최근 이탈리아와 새로운 우호조약을 맺고 독일의 정권 교체기를 틈타 EU 내 역학 관계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보 색채 강화하는 독일 = 9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독일은 우선 내부적으로 진보적 색채를 분명히 하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 등 연립정부 3당은 ‘더 많은 진보에 대한 감수(Risk More Progress)’라는 제목의 연정 합의문을 통해 양극화 해소와 기후변화 대응에 무게를 둘 것을 시사했다. 우선 3당은 2038년까지로 정한 탈석탄 시기를 2030년까지 앞당기기로 합의했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 비율을 2020년 45%에서 2030년에 8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노동 분야에서는 최저임금을 현재 시급 9.6유로(약 1만2700원)에서 12유로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민체제 개편을 통해 5년 이상 거주한 이민자가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중 국적도 허용할 방침이다. 성인용 대마초 판매를 합법화하고 주택 위기에 맞서 연간 40만 채의 신규 아파트도 공급한다. 선거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데도 합의했다. 눈앞에 산적한 과제인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응팀 신설 및 의료 종사자를 위한 10억 유로 기금 조성도 포함됐다.
외교와 관련해서는 대러시아·중국 정책이 강경 기조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9월 연방하원 총선거에서 중·러 양국에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냈던 아날레나 베어보크 녹색당 대표가 외교장관으로 취임해 이 같은 정책을 주도할 예정이다. 당장 독일과 러시아 간 천연가스관 노드스트림2의 가동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베어보크 외교장관은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가 노드스트림2 가스관을 지지하는 것은 러시아에 끌려다니는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 제재 방안을 고심 중인 미국도 같은 입장이다.
◇힘의 공백 노리는 프랑스, 獨·佛 관계 어디로? = 이런 가운데 프랑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프랑스는 지난달 26일 이탈리아와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한 새로운 우호 조약을 체결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 독일의 정권 교체기에 유로존 2, 3위 경제국이 힘을 합하는 것으로, EU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정권 초기 독일이 정국 안정을 위한 내치에 주력하며 발생하는 역내 권력 공백을 양국이 파고들었다는 의미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힘을 합쳐 EU 재정준칙인 ‘안정·성장 협약’ 개혁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로가 도입되며 마련된 안정·성장 협약에 따라 유로 회원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재정적자 비율을 3% 이내, 정부 부채 비율을 60%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유로 회원국 중 특정 국가가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상황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장기간 경제위기가 거듭되면서 안정·성장 협약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정부 재정정책 운용을 옥죄면서 경기 회복을 제약한다는 회원국 불만도 커졌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좀 더 유연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프랑스는 상습적인 재정준칙 위반국이며 이탈리아는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의 주범국 중 하나였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재정준칙을 강조한 메르켈 전 총리가 물러난 시점은 재정준칙 개혁을 주장하는 국가들에는 호재일 수밖에 없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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