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의 세상보기] 지역화폐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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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관심의 초점이 됐던 항목이 '지역화폐'다.
청와대 국민청원, 소상공인과 시민 단체, 여당의 요구를 반영해 지역화폐 발행액이 늘어났다.
먼저 지역화폐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마을 공동체가 스스로 약속해 쓰는 거래 수단을 지역화폐라고 부르는 학자도 있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화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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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는 정확히 말하면 상품권
정부·지자체 보조금으로 할인 판매
지원 비용 궁극적으로 세금서 나와
국민 가처분소득 줄어 효과 없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관심의 초점이 됐던 항목이 ‘지역화폐’다. 청와대 국민청원, 소상공인과 시민 단체, 여당의 요구를 반영해 지역화폐 발행액이 늘어났다. 그런데 사실 그 효과는 의문이다.
먼저 지역화폐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화폐는 국가 공신력을 바탕으로 나라 전체에서 사용되는 돈이기 때문이다. 연방정부 체제인 미국도 주마다 세금은 달리 매기지만 돈은 달러 한 가지를 사용한다. 지역에 따라 다른 돈을 쓴다면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을 공동체가 스스로 약속해 쓰는 거래 수단을 지역화폐라고 부르는 학자도 있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화폐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얘기하는 지역화폐는 정확히 상품권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고 해당 지역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전통 시장, 식당, 편의점 등 소상공인 업종 대상이며 백화점과 대형 마트에선 못 쓰고 세금이나 등록금으로 낼 수도 없다. 통화 당국인 한국은행은 이를 ‘화폐’라고 부르는 게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 상품권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역내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져 이름도 지역사랑상품권이라고 붙였다. 여기서 선택된 지역 사랑 방법은 다른 지역에서 소비를 못하도록 제한해 내 고장 소비 지출을 늘리자는 것이다. 만약 우리 지역만 하면 이 방법이 효과를 볼지 모르지만 다른 데서 같이하면 상쇄된다. 지금은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발행한다. 국가가 낙후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법을 만들어 지원하는데 실은 서울에서도 이 상품권이 발행된다. 결국 의도했던 지역 경제 향상 효과가 생길 여지조차 없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연구원 등은 상품권 발행이 경제 촉진 효과가 있으며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지역사랑상품권을 통해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이 같은 주장의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 원래 돈을 주고 사려던 물품을 상품권을 구입해 이를 사용하면 상품권으로 인한 추가 소비 효과는 없다. 소상공인 보호에는 중앙정부에서 발행해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온누리상품권이 더 효율적이다.
굳이 효과를 따지자면 중앙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으로 할인해서 상품권을 파는 금액만큼 소비 지출을 늘린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지원 비용은 궁극적으로 세금에서 나오고, 세금은 국민 가처분소득을 줄이기 때문에 실제 순증 효과는 없다.
지난해 재난지원금으로 한우를 사 먹었다는 보도에 문재인 대통령이 뭉클했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 여론조사에선 다수가 재난지원금을 반대했다. 그 돈이 결국 세금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당 계획대로면 내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가 30조 원이다. 국고 지원으로 잡힌 예산은 6,000억 원이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10% 정도 할인해야 수요가 있으므로 국가·지자체를 합해 3조 원이 들어가야 한다.
본질적으로 제로섬게임인 지역화폐 발행에 이 큰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교통과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게 더 낫다. 억지 춘향으로 상품권을 뿌리기보다는 전통 시장을 현대화하고, 점포에 정보통신 기기 및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다.
상품권 위탁 운영 사업자에 대한 특혜 등 지역화폐 발행의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사업 속성상 독점적 이익 발생이 우려되는데 사업 규모가 확대될수록 폐해 가능성도 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유치를 위해 미국은 대통령·주지사·시장이 나서서 20조 원의 투자 및 수천 명의 고용 창출 기회를 만들었다. 허울뿐인 지역 사랑이 아니라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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