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수사권 조정 1년.. 치안과 안전은 사라졌다

이종현 기자 2021. 12.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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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는 뜬금없는 법학 세미나가 열렸다.

국가수사본부와 한국비교형사법학회가 함께 연 세미나의 제목은 '수사권 개혁에 따른 강제수사절차 개선 방안'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책임과 권한이 집중된 지 이제 곧 1년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1년은 실패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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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는 뜬금없는 법학 세미나가 열렸다. 국가수사본부와 한국비교형사법학회가 함께 연 세미나의 제목은 ‘수사권 개혁에 따른 강제수사절차 개선 방안’이었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들어보니 영장청구를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경찰 소속 영장청구 검사를 도입하는 경찰의 오랜 숙원을 위한 ‘작업’을 경찰 수뇌부가 시작한 셈이다.

도대체 무슨 염치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책임과 권한이 집중된 지 이제 곧 1년이다. 지난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인천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 때 우리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피해자를 두고 도망치는 충격적인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스토킹 살인 사건 때는 200m 거리에 중부경찰서와 파출소가 두 군데나 있었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12분이나 걸렸다. 그 사이 피해자는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 SOS 버튼을 두 번이나 눌렀지만 끝내 피살됐다.

어디 이뿐인가. 경찰이 수사를 맡은 대형 사건 중 제대로 결과물을 내놓는 걸 본 적이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는 수백 명의 경찰이 투입됐다더니 빈 수레만 요란하게 끝이 났다. 대장동 투기 의혹 수사도 다를 게 없다.

일반 국민이 관련된 민생 사건 처리는 더뎌졌다. 경찰의 사건 1건당 평균 처리 기간은 2017년 43.9일에서 올해는 62.4일로 늘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고소·고발 사건 수사 지연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올해에만 두 차례나 경찰청에 수사 지연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현장에서 만나는 변호사들의 이야기는 기가 찰 정도다. 성범죄 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성폭행 신고를 접수하면 경찰이 피해자에 대한 거짓말탐지기부터 한다고 전했다. 거짓말탐지기에서 ‘진실’이라고 나오면 일단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허술한 수사 결과가 통과될 리 없으니 검찰에선 당연히 보완수사를 하라고 돌려보낸다. 다시 돌아올 사건을 왜 굳이 검찰에 보내냐고 묻자 이렇게 잠깐이라도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으면 형사 한 명이 사건을 100건씩 맡게 돼 도저히 감당할 재간이 없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현장에선 능력과 인력 부족으로 수사가 지연되고 있고, 이 때문에 국민들은 치안 공백에 떨며 불안해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 수뇌부는 쇄신과 반성보다는 더 많은 콩고물을 챙기겠다며 영장청구권까지 달라고 외치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국민이 경찰의 무능과 외면 속에 생명을 잃고 두려움에 떨어야 경찰 수뇌부가 정신을 차릴지 궁금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 1년은 실패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실험은 중단할 때가 됐다. 경찰은 늘어난 책임과 권한을 통제할 역량이 없다는 걸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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