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유감'이 유감이다/오명숙 어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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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일본 도쿄전력의 '해양 방출 보고서'에 유감을 표명했다."
"제 발언으로 마음이 상했다면 마음 깊이 유감을 표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유감'이란 말이 사과를 대신하는 일이 많아졌다.
'유감'은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할 때 쓰는 말이 아님에도 외교적 표현이나 공인들의 입장문에 자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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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일본 도쿄전력의 ‘해양 방출 보고서’에 유감을 표명했다.”
“제 발언으로 마음이 상했다면 마음 깊이 유감을 표한다.”
위 문장에서 ‘유감’은 각기 다른 뜻으로 쓰였다. 하나는 항의의 뜻을, 다른 하나는 사과의 뜻을 담고 있다. ‘유감’에 두 가지 뜻이 있는 걸까.
‘유감’의 사전상 뜻풀이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사과’의 뜻은 들어 있지 않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유감’이란 말이 사과를 대신하는 일이 많아졌다.
“‘부적절 발언’ 논란에 일본대사 유감 표명”,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실망감을 드린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등처럼 쓰이고 있다. ‘유감’은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할 때 쓰는 말이 아님에도 외교적 표현이나 공인들의 입장문에 자주 등장한다. 잘못을 하긴 했는데 사과하기는 싫은 경우 ‘유감’이란 말로 대충 넘어가는 것이다.
한데 이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스스로 섭섭해하다’란 뜻으로 어폐가 있는 표현인데도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 모두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사과를 하는 쪽은 ‘죄송’이나 ‘사죄’ 같은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 않아도 되니 좋고 사과를 받는 쪽은 그런 말이라도 들어야 체면치레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유감’이 유감이다.
오명숙 어문부장 oms3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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