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산업 덮친 4중고.. 1차→2차→3차 부품사 도미노 도산

김아사 기자 2021. 12. 9.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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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 '대폭풍' 뿌리 흔들리는 車산업]
[1] 3곳 잇달아 회생절차 신청
텅 빈 공장, 속타는 협력사 - 8일 경남 함안군에 있는 현대차의 2차 부품 협력사 HM금속에서 회사 관계자가 텅 빈 공장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HM금속은 이날 법원에서 회생 불가 판정을 받아 파산 절차를 밟게 됐다.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 제네시스 G80 등에 들어가는 브레이크 부품을 공급하는 이 회사가 쓰러지며 완성차업체의 생산 라인도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김동환 기자

경북·전남 지역에서 공장 3곳을 운영하던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 진원은 지난달 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2002년 설립된 20년 역사의 루프렉(차량 지붕에 짐을 싣게 하는 부품) 전문 제조 업체다. 현대차·쌍용차의 1차 협력업체로 수년간 납품해 왔다. 이 회사의 제품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GV70, GV80에도 탑재될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 지난해까지 매출 544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올렸지만, 올 들어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으로 완성차 업체의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탓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 회사가 주로 납품해 온 쌍용차 티볼리·렉스턴과 같은 차량들의 생산량이 반 토막 나면서 불과 1년 사이 은행 빚을 갚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해 매출 증가를 예상했던 업체인데 이렇게 될 거라곤 누구도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2차·3차 부품사 도미노 영향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고 있다. 올 들어 원자재값 상승과 반도체 공급난, 물류 대란이 동시에 터지면서, 건실했던 1차 부품사마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 여파는 2차, 3차 협력사들로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물품 대금을 줘야 하는 업체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덩달아 자금난에 빠지며 벼랑 끝으로 몰리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진원에 알루미늄·플라스틱 부품을 납품하는 2차 협력사인 A사는 진원이 회생절차에 돌입하며 8~10월 3개월간 공급한 부품에 대한 대금 20여억원을 받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해 A사 대표는 최근 은행에서 20억원 규모의 추가 대출을 신청했다. 당장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150여명에게 줄 월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 백신이 나오면서 올해 상황이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연초에 독일에서 13억원짜리 알루미늄 가공 기계를 새로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완성차 생산이 줄고, 수출마저 물류 대란으로 차질을 빚자, 코로나 이전 주야간 교대로 24시간 돌리던 공장을 이제 주간 8시간만 가동하고 있다. 그마저도 보유 중인 기계의 절반만 돌리고 있다. A사 대표는 “우리 말고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물품 대금을 못 받은 업체가 수두룩하다”며 “일부 영세업체는 더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오르고, 물량은 줄고

부품사를 옥죄는 건 물량 감소뿐만이 아니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플라스틱 부품의 원료인 수지의 가격은 1년 새 평균 35% 상승했고, 알루미늄 가격은 40% 급등했다. 하지만 납품 가격 인상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경기 화성에 있는 2차 협력업체 B사는 지난 4월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업체는 1992년 설립 후 자동차용 금형제품을 생산하며 2019년 매출 126억원을 냈던 곳이다. 하지만 올해 일감이 줄며 매출은 80억원으로 감소했다. B사 장모 대표는 “특히 철강 가격이 지난해 대비 2배 수준이 되어서 많이 힘들다”며 “업체별로 부품값을 어느 정도 반영해주고는 있지만, 높아진 부품값을 상쇄할 수준은 못 된다”고 했다. 박명희 부산경남자동차부품기술사업협동조합 상근이사는 “부산 일대 부품사를 보면 다들 3교대를 2교대로 줄이고, 일부는 교대 없이 낮에만 공장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산단에 있는 기업들 매출은 적어도 지난해 대비 30%씩은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자동차 생태계의 붕괴는 고용 시장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자동차 제조업 종사자 수는 37만4000여명으로 지난 2016년 대비 2만명 줄었다. 이중 부품업계 종사자는 24만3000명에서 22만8000명으로, 1만5000여명이 감소했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1차 부품사 개수는 전년 대비 80개(10%)가 감소해 역대 최대였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3차 영세 업체는 소리 없이 부도나서 사라지는 업체가 많아 올해 더 많은 부품사가 없어졌을 것”이라며 “1차 부품사로부터 납품 대금을 받기 위해 금형을 들고 도망가는 2차 부품사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오원석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지금은 내연기관차 감산으로 위기가 왔지만, 향후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면 쓰러지는 부품사가 속출할 수 있다”며 “부품 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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