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원전' 소모적 논쟁 중지해야
[경향신문]
2017년 6월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을 선언한 이후 지금껏 국내 원자력계, 야당, 보수 언론은 혼연일치가 되어 탈원전 정책 반대를 외쳐왔다. 그들은 탈원전 탓에 원자력산업이 몰락하고, 전기요금이 오르고,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또한 “무지가 부른 재앙”이라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그 때문인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현재 멀쩡히 운전 중인 원자력발전소들이 곧 멈추고, 태양광 또는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대체되는 것처럼 우려하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 그러한 우려는 사실인가?
2017년 국내 원자력발전용량은 22.5GWe(1GWe: 전기출력 100만㎾ 원전 1기 발전용량)였다. 지금은 23.3GWe이다. 건설 중인 1.4GWe 신한울 1호기는 2022년, 2호기는 2023년, 신고리 5호기는 2024년, 6호기는 2025년 준공 예정이다. 신고리 5·6호기 이후 신규 원전건설 계획은 없지만, 이들 원전들의 가동수명은 60년이다. 2030년 원자력발전용량은 20.4GWe이다. 이것이 많은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실상이다.
국내 원자력계는 원자력산업 인프라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주장의 속내는 원자력산업 인프라 유지를 위해 2~3년마다 원전 2기씩(건설비 약 9조원)을 계속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일인가? 신규 원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요지로 보내기 위한 고전압 송전망 건설 문제도 있고, 신규 원전 부지 확보 문제도 있다.
더군다나 대형원전 신규 도입에 따른 에너지 간 상충 문제가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하면, 전력망 안정을 위해 대형원전의 출력을 줄여 운전하는 ‘출력감발’ 운전이 빈번하게 된다. 그래서 영국은 지난해 5개월간 대형원전 1기의 50% 출력감발 조치를 취했으며, 국내에서도 작년부터 신고리 3·4호기 출력감발 운전이 4차례 진행되었다.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는 대형원전을 지난 5년간 7기 조기 폐쇄했다. 대형원전의 출력감발 운전은 전력 생산량 감소로 인한 비용손실만이 아니라 핵연료 안전을 손상시켜 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서 미국의 경우 권장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 가운데 신한울 3·4호기를 추가 건설할 경우, 가동 및 건설 중 대형원전들의 출력감발 운전에 더하여 신한울 3·4호기의 출력감발 운전에 따른 더 큰 비용손실과 안전성 손상이 불가피하게 된다.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가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이다.
최근 원자력 선진국들의 원전정책이 대부분 소형원전(SMR) 연구·개발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은 이런 이유들로 인해 기술적 제약을 받는 원자력이 전력원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 가운데 하나이다.
‘탈원전’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중지하고, 조속한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국내 에너지전환을 위한 실용적 원자력 정책에 대해 여야가 함께 고민할 시점이다.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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