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12] 염량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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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계절이다. 이익 앞에서는 신의도 없고 동지도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이합집산이 한창이다. 배신은 오래된 역사 현상의 하나다.
사마천의 ‘사기’ 맹상군(孟嘗君) 열전에는 전국시대 제나라 실력자 맹상군이 겪은 쓰라린 배신 이야기가 실려 있다. 원래 맹상군은 찾아오는 선비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잘해주었기에 빈객이 3000명에 이르기도 했다. 제나라 왕은 맹상군의 명성과 위세가 너무 커지자 그를 내쫓았다. 세월이 지나 제나라 왕은 잘못을 뉘우치고 맹상군을 불러들여 재상에 앉혔다. 그러자 떠났던 식객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몰려들었다. 당연히 화가 난 맹상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일 다시 나를 만나려고 하는 자가 있다면 반드시 그 얼굴에 침을 뱉어 크게 욕을 보이겠다.”
이에 맹상군 복권에 도움을 준 빈객 풍환(馮驩)이 말했다. “군께서는 혹시 아침 일찍 시장에 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습니까? 이는 그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날이 저무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날이 저물면 바라는 물건이 시장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염량세태(炎涼世態)라고 한다. 염량은 ‘명심보감’ 염량처처동(炎涼處處同)에서 나온 말로 쉽게 뜨거워졌다가 식었다가 하는 것은 어딜 가건 똑같다는 뜻이다. 풍환이 맹상군에게 준 메시지 그대로다. 그게 세상 이치이니 그냥 받아들이라는 말이다.
한때 ‘문(文)의 복심’ 소리를 들으며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처사조차 온몸으로 맞아냈던 한 국회의원이 여당 후보 정무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떠돌이 식객이나 빈객이라면 염량세태로 치부해버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복심’ 운운했던 인물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이 정권 혜택을 한복판에서 다 누린 정치인이 보여줄 도리는 아니다. 적어도 이 정부 비판에는 나서지 말아야 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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