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귀촌, 매일이 여행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살던 시절엔 멀리 여행을 다녔다. 산으로 바다로 해외로. 집과 회사에서 멀어진다고 답답하게 콕 박힌 걱정과 스트레스가 사라지진 않았지만 자연 앞에서는 그까짓 것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도저히 짬이 나지 않으면 휴일 이른 아침 한산한 거리를 걸었다. 움직임이 없는 시간, 사람이나 자동차 소리라도 들리지 않으면 그나마 나았다. 도시의 길은 낮이건 밤이건 자동차와 사람들로 가득했고 산이나 강에도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성수기를 피하거나 유명하지 않은 지역을 찾아다니며 넘치는 도시의 에너지와 복잡함에 지친 나를 달랬다.
1000만 인구 서울에 살다가 10만쯤 되는 완주로 이주한 뒤로는 풍경에 여백이 많아졌다. 눈앞에 보이는 건물, 사람, 자동차의 수가 적으니 움직임이 시원시원하고 여유롭다. 눈 돌리는 곳마다 논과 밭, 산과 강 같은 초록도 있다. 일부러 자연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지 않아도 매일의 출근길과 산책길로도 행복했다. 장 보러 가는 길, 도서관 가는 길이 다 아름답다.
평화로운 곳에서 느리고 고요하게 흐르는 시간은 만족스러웠지만 나는 익숙해지면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새로운 자극과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찾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뿜어내는 활력, 식당 메뉴도 가게의 물건도 다양한 선택지의 풍부함이 그리워서 도시의 기차역에만 내리면 설레 쿵쿵 가슴이 뛰었다.
다시 도시에서 살고 싶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규모와 속도에 질려 멀미를 느끼고 빨리 조용한 집으로 가고 싶어한다. 이 복잡한 곳에서 살아낼 자신은 없다.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더 적극적으로 흥미를 찾아내야 할 터. 도시에서도 나를 어르고 달래며 살았던 것처럼 여기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일을 통한 효능감과 경제적 안정, 네트워크와 인간관계를 통한 정서적 안정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혼자서도 찾을 수 있는 만족감을 위해 ‘여행’을 계획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장소는 역시 아름다운 자연이니까. 집 앞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 말고 옆 동네로 여행을 떠난다. 이 동네 저 동네 구석구석, 익숙해지면 조금씩 더 멀리. 여유와 휴식을 찾아 자연을 찾아다녔던 과거의 여행만큼 탐험과 도전을 목적으로 한 오늘의 여행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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