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6] 아코디언 명장 심성락
아코디언 명장 심성락(본명 심임섭·85) 선생이 지난 4일 별세했다. 얼마 전 통화할 때 목소리에 기운이 없게 느껴져 걱정했는데 갑작스럽게 소식을 접했다. 타고난 음악가였던 선생과 생전에 인터뷰하며 그분의 삶과 음악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인연은 선생의 연주 앨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시작했다. 슬프게 나직이 들려오는 아코디언 소리를 듣다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다. 그 소원은 필자가 2012년 발표한 ‘리라꽃은 피건만’에 선생의 아코디언 연주를 실으면서 기적처럼 이루어졌다. 2016년에는 내가 진행한 ‘렉처 콘서트(Lecture Concert)’에서 최춘호(기타) 선생과 함께 직접 노래 반주를 해주시기도 했다. 선생이 무대에 등장한 것만으로 당시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모두 감동을 받은 일을 기억한다.
5년 전 선생 집에 불이 나서 아코디언까지 타버린 적이 있다. 오랫동안 선생과 호흡을 맞췄던 윤영인 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연주자가 새 아코디언 구입을 위한 펀딩 공연에 참여했다. 당시 공연 사회를 맡아 아주 작은 힘이나마 보탠 일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작년에는 얼마 전 돌아가신 가수 이수미 선생 댁에서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는데 이렇게 서둘러 가실 줄은 몰랐다.
선생은 경남고 1학년 시절 ‘신협악기점’에서 처음으로 아코디언을 접했다. 부산 KBS에서 주최하는 노래 자랑에서 고등학생 때부터 아코디언 반주를 했다 한다. 그때 만난 작곡가 한복남(1919~1994) 선생이 ‘심임섭’이란 본명이 어렵다며, ‘소리로 남을 즐겁게 한다’는 뜻의 ‘성락(聲樂)’이란 예명을 지어주었다. 생전 인터뷰에서 선생은 가장 감동적인 날로 2013년 경남고 70주년 기념일에 명예 졸업장을 받은 때를 꼽았다. 어려서 다친 손가락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반이나 없는 선생은 ‘네 손가락 운지법’으로 유명했다.
나이 어린 상대에게도 늘 존댓말을 쓰던 겸손하고 올곧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음악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정확했던 선생님,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선생이 연주한 ‘바람의 노래’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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