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한국 바이오텍회사가 장기 비전을 실현하려면..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주) 대표이사 2021. 12. 9.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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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대표

필자가 신약 관련 업계에 첫발을 디딘 때는 1993년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에 입사하면서다. 지금 SK바이오팜은 대한석유공사(유공)의 연구부서였고 LG화학은 바로 길 건너편에 자리했다.

두 회사는 우연히도 1997년 나란히 글로벌 기술이전을 이뤄냈고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신약연구 분야를 키웠지만 기술이전된 약물들이 돌아오면서 꽤 긴 시간 어려움을 겪으며 각자의 길을 갔다.

SK바이오팜은 여러 이유로 독자적인 글로벌 개발의 길로 나아갔고 그 결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의미 있는 글로벌 딜들을 이뤘고, 또 SK바이오팜이라는 회사로 증권거래소 상장까지 이루면서 이제 국내 신약분야에서 아이콘이 됐다.

이런 긴 터널을 지나는 것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바이오테크인 길리어드(Gilead)나 버텍스(Vertex)도 설립이 각각 1987년과 1989년이지만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20여년이 지난 후였다. 두 회사 모두 에이즈 치료제 분야와 다발성경화증 분야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만들었고 다양한 질환으로 경쟁력을 쌓아간다.

혁신신약 분야는 분명 긴 호흡을 요구하고 절대 단시간에 의미 있는 사업을 이룰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과연 어떻게 장기적 사업을 이끌어나가 결국 글로벌 바이오테크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

첫째, 진지한 과학적 접근이다(초심이라고 할 수도 있다. 모두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하니까). FDA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은 탄탄한 과학에 기반한 임상데이터다. 다국적 제약회사에 기술이전하는 가장 좋은, 그리고 유일한 길은 과학적 데이터들이다. 이를 위해서 어설픈 추정, 과대해석된 희망적 전망이 아니라 이런 주장들을 과학적으로 하나하나 확인해 뒷받침할 수 있는 '정성을 들이고 돈을 들여 만든 실험데이터'가 꼭 필요하다. 이런 데이터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급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둘째, 자본조달능력이다. 이 부분에서 SK바이오팜과 일반 바이오테크 회사들은 매우 다른 상황이다. 물론 SK바이오팜도 내부 자본조달을 위한 지난한 '자기입증'의 과정을 겪었기에 그 노력을 인정해줘야 하지만 바이오테크들은 전혀 다른 종류의 자기입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벤처캐피탈의 투자, 기술성 평가와 거래소 심사의 과정,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코스닥시장을 대표로 하는 자본시장에서 주가라는 지수로의 평가 등은 분명 다른 성격이며 다른 대본에 따라 움직인다. 물론 첫 번째 '진지한 과학적 접근'이라는 대전제를 무시한다면 최종적으로 글로벌 바이오테크 회사로 성장은 완전히 딴 동네 이야기가 된다.

장기적인 비전과 이를 충족할 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본을 위한 단기적 '자기입증'…. 여기서 세 번째 조건이 나오게 된다.

셋째, 단기와 장기가 조화된 사업전략이다. 단기적 '자기입증'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장기적 '의미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단기와 장기 전망이 조화를 이룬 사업전략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서 기술이전이라는 사업개발 툴이 나온다.

바이오테크 회사들이 보유한 개발후보물질들을 모두 기술이전해서 단기적 '자기입증'에만 사용한다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바이오테크로 클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한편 장기목표만을 위해 모든 파이프라인을 자체개발하려고 한다면 결국 자금확보가 충분치 않아 적절한 타이밍에 맞는 개발을 못 할 수 있다.

과학적 접근, 이를 뒷받침해줄 자본조달능력, 그리고 이 둘의 조화를 이루는 장·단기 사업전략. 이 3가지는 미국과 다른 한국 자본시장을 지원기반으로 하는 한국 모든 바이오테크가 글로벌 바이오테크로 우뚝 서는 날까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경영과제다.

하지만 필자는 한국 바이오테크들이 이 모두를 이겨내고 글로벌 바이오테크 회사로 클 것이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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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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