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12] 버번위스키의 고향 켄터키
19세기 미국의 켄터키주(州)에 정착한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이민자들은 보리 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토양을 마주쳤다. 대안으로 옥수수를 심었고, 자연스럽게 이를 주원료로 한 버번위스키가 탄생했다. 명칭은 프랑스 ‘부르봉(Bourbon)’ 왕조 이름을 딴 지역 신문에서 유래했다. 법적으로 ‘버번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옥수수 함량 51% 이상, 불에 그슬린 새 오크통 사용, 그리고 미국 땅에서 만들어야 한다. 다른 주에서도 버번을 생산하지만 켄터키주의 생산량이 전체의 95%다. 이곳 물이 철분은 없고 미네랄이 풍부하여 위스키 증류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버번위스키는 곡물에서 나오는 단맛과 새 오크통의 강한 바닐라 향으로 세계적으로 그다지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 덕분에 민트 줄렙(Mint Julep), 올드 패션과 같은 칵테일이나 고기 양념, 다양한 종류의 케이크와 시럽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20년간 미국에서 가장 성장한 주류 시장이 되었다. 그 나름대로 백 년 이상을 양조하며 쌓인 노하우는 특급 위스키 탄생을 실현했다. 캘리포니아주가 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켄터키주에는 사람보다 오크통 숫자가 많다. 위스키 양조에만 수만 명이 종사하고, 산업 규모가 연 9조원에 육박한다. 품질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늘었고, 이는 고용 증가와 관광 산업 부흥을 가져왔다. 현재 켄터키 방문객의 73%가 버번 양조장을 방문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브랜드 외에도 현지의 작은 양조장들에서는 고품질 컬트 위스키를 다수 생산하고 있다. 위스키 문화는 이미 블렌디드 위스키에서 싱글 몰트로 옮아갔다. 요즈음 위스키 애호가들은 싱글 몰트와 더불어 희소한 싱글 그레인도 즐긴다. 스코틀랜드도 그렇지만 켄터키도 경관이 무척 아름답다. 경마의 고장답게 검은 펜스를 두른 목장과 말의 모습, 구불구불한 언덕은 평온 그 자체다. 겨울은 위스키가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ditorial: Justice prevails as DPK fails to defend Lee Jae-myung’s legal issues
- 달리던 택시 문 열더니 발길질…기사까지 폭행한 만취 승객
- 尹·이시바, 두번째 정상회담 “北 파병 등 러북 군사협력에 강한 우려”
- 美 “바이든, 시진핑에 北 대남도발 가능성 우려 제기”
- ‘무게 13㎏’ 축축하게 젖은 수상한 티셔츠…美 공항 뒤집은 이것 정체
- 트럼프 에너지부 장관에 '석유 재벌' 크리스 라이트 지명
- What’s New on Netflix : Highlights of 2nd week of November
- 레드오션도 누군간 1등을 한다, 100만대 팔린 스팀다리미의 비결
- 핵도 성공했는데…이스라엘은 왜 전투기 개발에는 실패했나 [영상]
- “보석같은 미일 동맹”....트럼프, 국빈 초청받은 일 왕궁서 최고의 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