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한 이상형의 시대, 당신의 이상형은 어떤 모습인가.

한혜리 기자 2021. 12. 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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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이상형을 떠올려보자. 키 크고, 쌍꺼풀 없고, 각진 턱에, 날 지켜줄 수 있는 남자다운 남자. 전형적인 저녁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따로 없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혹은 나이가 들면서 이상형이 변했다. 꽃미남의 미모를 유지하면서, 내 말 잘 들어주고, 살림 잘하고, 눈웃음이 매력적인 선한 남자.

'가모장' 개그로 떠오른 개그우먼 김숙의 외침처럼 '조신한 남자'가 새로운 이상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 속 남성의 모습 역시 시대에 따라 변해간다.

'이상형'이란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개인의 생각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유형을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말하자면, 이상형이라는 존재는 잠재적 무의식에서도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커플의 형태는 바로 '부모'다. 처음 마주하는 나와 다른 성별의 사람이자 처음 마주하는 결합된 존재이다.

부모가 서로 충분한 사랑을 주고받고 그 행복한 모습이 고스란히 자식에게 비춰진다면, 자식은 "아빠(혹은엄마) 같은 사람을 만날 거야!"라고 외치는 게 당연하다.

반면 부모가 불행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부부생활을 보내고 고스란히 자녀가 목격한다면, 자식은 부모와 정반대 형태의 이상형을 꿈꾼다.

결국 이상형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유년시절의 가정환경이 저변에 깔린 것이다.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부모의 모습을 바탕으로 형성된 이상형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시간이 흘러 나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이 변하면서 자연스레 개인이 추구하는 '완벽한 모델'이 바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혹은 직장에서 여러 사람을 마주하면서 원석처럼 울퉁불퉁하던 '이상형'은 더욱 완벽한 모습이나 나에 걸맞은 모습으로 매끈하게 가공된다.

여기에는 미디어의 영향도 빠질 수 없다. 가부장 제도가 당연하게 여겨지고, 남성의 과격한 모습이 '남자다움'으로 고착되는 시절에는 시대의 반항아 제임스 딘이나 <모래시계>의 터프가이 최민수가 존재했다.

'내 여자를 지키는 남자', '우울하지만 자존심 센 남자' 등으로 포장된 마초 같은 남성의 모습은 그 시절 대표 이상형으로 공고했다. 이렇게 '가부장'이란 문화는 '남자다움'이라는 이상형 모델을 제시했다.

'남자다움'이 용기 있고 신사답게 비쳤을 땐 당연히 멋진 사람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남자답다'란 말을 오해한 남성들은 이 말을 방패삼아 폭력 성향을 드러낸다.

이는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 등으로 이어져 여성의 희생을 요구한다. 가부장과 남자다움의 틀 안에서 자신의 말도 안 되는 고집을 주장하고 불같은 성질을 낸다.

그럴수록 점점 '남자다움'의 본질은 퇴색하고 희생당하는 여성이 늘고, 그의 매력은 떨어진다. 때마침 2000년대 초 미디어에서는 '연하남'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마초 매력이 중점이던 이전의 이상형과 달리, 누나에게 귀여움을 어필하고 달달한 고백으로 매력을 뽐낸다.

여성을 압도하려는 마초가 아닌 여성의 말에 귀 기울이는 신선한 충격에 여성의 이상형은 조금씩 변했다. 지켜줄 수 있는 남자에서, 지켜주고 싶은 남자로. 미디어와 시대는 새로운 이상형의 모델을 등장시켰다.

그렇다면 지금. 하루에도 몇 번씩 포털사이트 뉴스 메인에 데이트 폭력과 각종 '여성 혐오' 범죄가 등장하고, 여성들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때, 미디어에서 그려내는 '이상형'은 어떤 모습인가.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서준희(정해인)는 연하남에 부드럽고 상냥한 매력까지 보여준다.

같은 방송사의 드라마 <미스티>에서는 명예와 지위의 욕망에 불타는 여성을 위해 희생하고 조력하는 강태욱(지진희)이 등장한다. 마초 성향은 물론, 연하남의 패기마저 필요 없어졌다.

폭력성으로 여성을 억압하던 남자들은 서서히 사라져 간다. 옛날의 여성들이 그러했듯, 여성을 위해 희생하고 군말 없이 뒤에 서서 바라보는 '조신한' 남자들이 그려지고 있다.

마치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절대 아빠(혹은 엄마) 같은 사람은 안 만나!"라고 외치듯, 미디어는 정확히 현실과 정반대의 '이상형'을 그려낸다.

더 이상 현실의 여자들에게 '날 지켜줄 이상형'은 필요 없다. 그저 '나에게 무해한 이상형'이 남았을 뿐. 당신의 이상형은 어떤 모습인가.

한혜리 기자기자 news@wedding21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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