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치매 노인들]② 제주 치매 전문 인력·전담 시설 태부족
[KBS 제주] [앵커]
심각한 제주지역 치매 노인 실태와 해법을 모색해보는 기획뉴스 순서입니다.
KBS는 어제 이 시간에 보호자 없이 홀로 살다 숨진 치매 노인의 돌봄 공백 사연을 전해드렸는데요.
중증 치매 노인에 대한 돌봄 환경, 제주엔 충분히 구축돼 있을까요?
임연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할머니의 상반신이 침대 모서리로 점점 치우치더니, 얼굴까지 침대 밖으로 빠지자 할머니가 앙상한 팔을 휘저으며 몸부림칩니다.
할머니 뺨에 멍 자국이 발견됐다는 학대 의심 신고를 받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이 '방임 학대'라고 최종 판정했습니다.
2년 전 KBS 보도 이후 한 달 동안 피해 할머니 가족들은 남모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치매에다 거동까지 힘든 할머니를 모실 다른 요양시설을 찾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방임학대로 판정된 요양시설에 머물러야 했기 때문입니다.
[김경익/학대 피해 할머니 손주 : "아무래도 그런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도 어쩔 수 없이 거기 있어야 했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그런 게 걱정됐었죠."]
서귀포시 한 읍지역에서 돌봐줄 사람 없이 혼자 살던 70대 치매 환자 김 모 할아버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지역 재가 요양 시설 2곳에 방문 요양 서비스를 요청을 했지만 지원받지 못했고, 요양원마저도 대기자 명단에 올라 기다림만 계속됐습니다.
결국, 건강이 악화된 뒤에야 가까스로 요양병원에 옮겨진 김 할아버지는 두 달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故 김 모 할아버지 여동생 : "저는 도와줄 사람이 없어 빨리 돌아가셨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든 병이야 있지만.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진짜 없어서 불쌍하게 돌아가셨죠."]
도내 치매환자는 만여 명, 이 가운데 중증도 이상 환자는 4천 명을 넘습니다.
하지만 치매 노인 특유의 인지기능 장애나 심리행동 증상에 대응할 전문성과 전담실을 갖춘 도내 노인요양시설은 3곳뿐, 정원도 70명대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치매 환자에 대해 집중 치료하는 51병상 규모의 치매 전문병동이 최근 제주에도 문을 열었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입니다.
[공선희/제주고령사회연구센터장 : "치매 전문 교육을 받은 요양보호사 인력도 아직은 터무니없이 적은 편이고. 어르신들이 실제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설치된 치매 전담 장기요양전문기관이 많이 생겨져야겠죠."]
환자의 치매 진행을 늦추고 환자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치매 전문 인프라 확충은 더는 늦춰서는 안 될 과제입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임연희 기자 (yhl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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