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마법"..8년째 베트남 어린이 돕는 '키다리 소방관'

김기범 기자 2021. 12. 8. 21: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김승범씨 매달 월급 쪼개서 후원
4세 소년, 어느덧 내년에 중학생
“더 많은 아이에게 희망 주고파”

김승범 소방장(왼쪽)이 2017년 베트남을 방문해 후원 아동인 린 투이 트란을 만나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경기 용인소방서 소속 김승범 소방장(34)은 코로나19 유행이 하루속히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후원하는 베트남 어린이 린 투이 트란(11)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서다.

린 투이 트란을 후원하기 시작한 것은 소방관 시험에 합격한 2014년부터다. 그는 소방학교에 입교하면서 뜻깊은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고, 마침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의 해외아동 1 대 1 결연 사업을 접하게 됐다. 린 투이 트란은 당시 만 4세의 어린이로 베트남 시골마을에서 아버지 없이 어머니, 조부모와 함께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다.

김 소방장은 매달 정기적으로 급여의 일부를 후원금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린 투이 트란은 자신의 사진과 함께 감사 편지를 여러 차례 전해왔다. 김 소방장은 사무실 책상에 린 투이 트란이 보내온 사진을 액자에 담아 올려놓았다.

그는 린 투이 트란이 불우한 환경으로 인해 학용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처지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그를 직접 만나기로 결심했다. 2017년 9월 김 소방장은 여름휴가를 내고, 책가방과 스케치북 등 각종 학용품을 사서 베트남행 비행기를 탔다. 린 투이 트란을 처음 만난 김 소방장은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사진 속 모습과 달리 영양부족 탓에 야위고, 허름한 옷을 입은 데다 군데군데 피부병까지 앓고 있는 후원 아동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김 소방장은 “(린 투이 트란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후원을 이어나가야겠다는 결심이 선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 소방장은 “처음엔 매달 후원금을 보내는 정도로 후원을 시작했지만 차츰 성장하고 변화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면서 베트남까지 직접 다녀오게 됐다”며 “나눔이란 스스로 대견함을 느끼면서 오히려 나 자신이 더 행복해지는 마법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서 해외 방문이 가능하게 돼 얼마 후면 중학생이 될 린 투이 트란에게 선물을 한 보따리 들고가 직접 전해주고 싶다”며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