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자동 시장격리'"..농민, 벼값 폭락 호소
[앵커]
올해 벼농사는 풍년이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흉년이라고 합니다.
벼 가격이 폭락해 출하를 못하고 창고에 쌓아둔 농가들이 많은데요,
일부 농민들은 남은 벼를 정부가 매입해 달라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최혜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대형 포대에 담긴 벼가 출하도 못 한 채 농가 창고에 가득 쌓여있습니다.
또 다른 농가에도 팔지 못한 벼가 수십 톤씩 남아있습니다.
최근 벼 가격이 폭락하면서 벼 거래가 끊긴 때문입니다.
[김지흥/농민 : "민간 미곡처리장은 아예 가격을 누르려고 하는지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급하니까 전화도 해보고 하면 하루에 천 원씩 떨어져요."]
현재 벼 거래가격은 40kg에 5만 7천 원에서 6만 원 수준, 수확량이 적었던 지난해보다 20% 정도 하락했습니다.
생산량이 10% 이상 는 데다 정부가 공공 비축미를 방출한 영향이 컸습니다.
창고가 넘치도록 벼를 대량 수매한 농협도 적자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농가에 우선 지급한 수매 대금보다도 시세가 낮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현규/전남 영암 군서농협 조합장 : "정부가 시장격리 안 한다고 하면 우리 농협뿐만 아니라 다른 농협들도 아마 거의 도산 위기에 처하지 않을까."]
농민들은 생산량이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벼를 매입할 수 있다는 이른바 '자동 시장격리'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쌀값 동향을 더 지켜봐야 한다며 매입을 미루고 있습니다.
[김정주/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 : "관계부처가 협의하고 있고요. 12월에 반드시 하겠다 혹은 12월에 절대 할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풍년 농사를 지어놓고도 제값을 받지 못해 거리로 나온 농민들.
삭발까지 하며 농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혜진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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