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만 하면 대기업" 채용연계 학과 확대
[경향신문]
삼성과 SK하이닉스 경쟁 뒤이어
LG디스플레이, 연세대에 계약학과
2023년부터 공과대에 30명 규모
배터리 3사도 대학원 연계 공들여
LG디스플레이가 연세대에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를 설립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이공대 우수 인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계약학과 운영을 늘려가는 와중에 디스플레이 업계도 뛰어든 것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최근 대학원에 채용연계형 과정을 늘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일 연세대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설립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2023학년도부터 공과대학에 정원 30명 규모의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를 신설한다. 학생들은 전자·전기·물리·화학·재료 등 전 기술 영역에 걸쳐 디스플레이에 특화된 커리큘럼을 이수하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재학기간 학비와 기숙사비 전액, 학비보조금을 지원하고, 결격 사유가 없다면 졸업 후 LG디스플레이 취업을 보장한다.
학부의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는 2006년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 취업을 보장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처음이었다. 그 후 10년 이상 다른 학교로 확대되진 않다가 최근 온라인 플랫폼과 게임 업계에서 높은 연봉으로 인력을 흡수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우수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경쟁적으로 계약학과 개설에 뛰어들고 있다.
연세대(삼성전자)와 고려대(SK하이닉스)가 올해 반도체 계약학과 신입생을 뽑았고, 지난달 삼성전자는 카이스트, 포스텍과 잇따라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키로 협약을 맺었다. 삼성전자에서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서 뽑은 인력들이 업무에 바로 투입되는 등 장점이 많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한다.
배터리 3사도 지난 10월 이후 경쟁적으로 대학원에 채용연계 과정을 개설했다. SK온이 울산기술과학원에 석사 과정을, LG에너지솔루션이 연세대·고려대에 석·박사 통합 과정을 개설했다. 삼성SDI는 포스텍·서울대·카이스트에 석·박사 통합과정을, 한양대에 학부생 과정을 열었다. 회사가 등록금과 장학금을 지원하고, 취업을 보장하는 형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모두 중국의 추격이 거세고 기술 경쟁을 하는 분야라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계약학과 운영은 필수”라고 말했다. 대학 입장에서도 계약학과를 통해 취업률을 높이고 대학 정원도 늘릴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대학이 기업에 종속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2019년 서울대 공대에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을 추진하다 무산된 것도, 서울대 내에서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립대가 기업의 인력양성소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대학이 할 수 있는 기초학문 등 다른 역할은 축소되고 취업 준비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며 “취업을 약속받은 기업에 따라 대학의 서열화가 심해지고, 수도권 대학으로의 집중도가 더 높아져 지방 소멸을 부추기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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