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서울시의회 "시민단체에 1조원? 30% 이상 부풀렸다"

허남설 기자 2021. 12. 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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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보공개 청구 통해 자료 분석
언론사·대학 지원액 포함…
‘수탁단체 911개’ 실제 184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른바 ‘서울시 바로 세우기’의 명분으로 삼은 ‘1조원’이 부풀려진 액수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기간인 지난 10년 동안 서울시가 시민사회단체에 지원한 금액이 1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서울시의회는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오 시장의 제시한 1조원이 30~40% 이상 과장한 액수이며, 그마저도 근거가 부실하다고 반박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8일 시의회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의 ‘시민단체 1조원’ 발언은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사실인 양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9~10월 두 차례 정보공개 청구와 이경선 시의원을 통해 받은 2012~2021년 민간보조·민간위탁금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가 예산현액(한 해 실제 지출할 수 있는 예산)은 오 시장 말대로 1조원을 편성했지만, 실제 집행되지 않은 금액과 시민사회단체로 볼 수 없는 단체에 집행한 금액을 빼면 민간보조금 1963억원, 민간위탁금 5027억원으로 약 6990억원이라는 게 이들이 분석한 결과다.

민간보조금의 경우, 예산현액은 4304억원이지만 실제 집행액은 3325억원이었다. 이들은 그 집행액 중 노동조합, 서울주택도시공사(SH), 언론사, 대학, 종교단체, 사회적경제 조직 등 시민사회단체라고 볼 수 없는 부문에 지원한 액수가 1362억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빼면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실제 집행액은 1963억원까지 줄어든다.

조민지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민간보조금 교부 단체에 일반기관을 포함해 집행액과 지원 단체 수를 부풀렸다”고 말했다. 또 채연하 시민행동 사무처장은 “민간보조금은 사업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단체 운영비는 일절 지원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민간위탁금의 경우, 서울시가 공개한 10년치 예산현액 5917억원 중 시민사회단체로 볼 수 없는 서울산업진흥원, SH, 대학 등의 수탁금액이 89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를 빼면 5027억원이 된다. 또 서울시가 지난 국정감사 당시 국회의원실에 제공한 자료에선 민간위탁사업 수탁단체를 911개라고 밝혔으나, 이번 분석을 통해 이름이 중복된 단체를 빼면 실제 수탁단체는 184개라고 이들 단체는 반박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실집행액을 공개하지 않아 예산현액과의 차이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집행액이 확인된 2019~2021년 3년치 자료만 봐도 예산현액은 3300억원, 집행액은 2976억원으로 324억원 차이가 난다. 이들은 이 차액을 두고 “실집행액이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오 시장이 ‘1조원 발언’으로 시민사회단체를 부도덕한 집단이라고 낙인을 찍으면서도 근거를 제대로 대지 않았다”며 “오 시장이 문제 있는 집단이라고 시민사회단체에 프레임을 씌운 게 무섭다. 앞으로도 서울시에 근거 자료를 계속 요구하며 명확한 근거를 갖고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현재 오 시장의 ‘1조원 발언’ 등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는 “오 시장은 일관되게 1조원 모두가 낭비됐다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언급했다”며 “서울시는 시민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 최선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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