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집 한 달 전기료 1만원대..겨울 걱정 없죠" [현장에서]

백승목 기자 2021. 12. 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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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울산 ‘삼호그린빌리지’
847가구에 태양광 모듈
국내 최대 에너지자립마을

울산 남구 삼호그린빌리지의 각 주택 옥상에 8일 태양광 모듈이 즐비하게 설치돼 있다. 울산 남구 제공

울산 남구 삼호동에 사는 전업주부 변일봉씨(63) 집의 겨울철 전기요금은 한 달 평균 1만5000원이다. 복층 구조의 2층짜리 주택에서 살고 있는 그는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겁이 나서 추운 날씨에도 온열기나 전기담요 같은 겨울 난방기기를 켜지 못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변씨 집 옥상에는 가로·세로 각각 4m 크기의 태양광 모듈이 설치돼 있다. 2019년 울산 남구청의 지원금에다가 본인 부담금 40여만원을 들였다. 그는 “딱 1년만 지나면 태양광 모듈 설치비용을 뽑고도 남는다”면서 “태양광 전기생산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고, 더 빨리 설치하지 못한 게 좀 아쉽다”고 말했다. 변씨는 “인근 다른 마을에 사는 친구들이 겨울철만 되면 전기요금 걱정을 하면서 우리집을 부러워한다”고 했다.

석탄 화력발전에 의한 탄소배출이나 원전가동에 의한 사용후 핵폐기물 처리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한 가운데 친환경에너지 자립마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울산 남구는 2017년 ‘에너지도시’를 선포한 뒤 삼호동 철새마을 일대를 ‘삼호그린빌리지’로 이름짓고 태양광 모듈을 대대적으로 보급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국비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삼호동 1통과 2통, 6~21통에 사는 주민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단계로 나눠 친환경에너지 지원사업을 벌였다.

사업대상은 모두 847가구이다. 국내 각 지역 에너지자립마을의 규모가 100가구 이하인 것을 고려하면 삼호그린빌리지는 국내 최대 규모이다.

그린빌리지를 조성하는 데 쓰인 사업비는 모두 52억1700여만원이다. 국비와 시비·구비 지원금을 제외한 주민 부담금은 시기별 국비 지원 여부에 따라 다른데, 대략 1가구당 30만~42만여원이었다. 국비는 2017년(10억500만원)과 2018년(5억7000만원)에는 지원됐지만, 2019년에는 울산시와 남구 자체 예산만으로 태양광 모듈 설치지원을 했다.

안지연 남구행복에너지센터 주무관은 “친환경에너지마을 조성 이후 온실가스는 연간 1420t가량 줄었고, 전기요금 절감액은 연간 3억5000여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1가구당 전기요금을 월평균 3만4400원가량 아낀 셈이다.

주민 김모씨(67)는 “옥상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이후에는 모듈의 빛이 하늘로 반사돼 인근의 새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거나 옥상에 배설물을 남기는 일들이 줄었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태화강 삼호대숲은 국내 2호 국가정원으로 겨울에 10만여마리의 떼까마귀가, 여름에는 8000여마리의 백로가 찾는 철새도래지이다.

유병일 남구 경제정책과 에너지산업계장은 “태양광 모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면서 에너지자립에 관해서도 널리 알려 국민들이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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