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친구로".. 바이든, 日 탓 않고 진주만 공습 80주기 추모

박영준 2021. 12. 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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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적들이 이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Old enemies are now the closest of friends)."

일본의 진주만 공습 80주년인 7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지만 일본을 비난하거나 전쟁 책임을 따지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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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맹국으로 현실 인정.. 中 위협 공동 대응 강조
바이든, 2차대전 기념비 찾아 헌화
"평화·화해 이뤄갈 것" 日 언급 안해
오스틴 "美장병 등 용맹함 기린다"
자유와 개방된 印·太 수호에 역점
해군 추모식엔 생존자 30명 참석
참전용사들 추모 경례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립 제2차 세계대전 기념관에 80년 전 이날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는 화환이 늘어선 가운데 참전용사 등이 거수경례로 예를 표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옛 적들이 이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Old enemies are now the closest of friends).”

일본의 진주만 공습 80주년인 7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지만 일본을 비난하거나 전쟁 책임을 따지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태평양전쟁을 포함한 제2차 세계대전 내내 미국의 적이었던 일본과 독일이 이제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 된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오히려 중국의 위협을 부각하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지켜내자’는 메시지에 무게가 실렸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개인 명의로 약 240단어 분량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진주만 공습 80년을 맞아 수많은 미국 장병과 민간인들이 그날 보여준 용맹함을 기린다”며 “또 공습에서 살아남지 못한 분들의 희생을 추모한다”고 했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당시 하와이의 미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부 등에 근무하던 장병 2334명이 전사하고 민간인도 103명이나 숨졌다.

다만 오스틴 장관이 쓴 240단어 중에 일본(Japan)은 아예 없었다. 진주만 공습을 일으킨 당사자가 누구인지 적시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면서 “옛 적들이 이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고만 했다.

진주만 공습으로 발발한 태평양전쟁의 의미도 새롭게 재해석했다. 오스틴 장관은 “(진주만 공습을 극복해낸) 이 영웅들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건설했다”며 “우리(미국)는 이제 인도태평양을 수호하기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함께 헌신하고 있으며, 또 그 영웅들이 만든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라 이름을 특정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표현이다. 태평양전쟁으로 어렵게 얻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가 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제2차 세계대전 국가기념관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AP얀힙눗,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일본의 전쟁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워싱턴의 2차 대전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위터 글에서 “우리는 목숨을 바친 애국자들을 기리고 나라를 지킨 모든 이들의 용맹을 기념한다”며 “세계에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온 평화와 화해를 계속 이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별도로 발표한 추모 성명에서도 “과거의 적들이 동맹으로 변했다”고만 했을 뿐 일본은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바친 추모 화환에는 2차 대전 참전용사이자 캔자스주 출신의 거물 정치인 밥 돌 전 상원의원을 기리는 캔자스주 상징 꽃 야생 해바라기가 꽂혔다.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낸 돌 전 의원은 지난 5일 9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질 여사는 해군으로 복무한 부친을 추모하며 2차 대전 기념비 중에서도 자신의 고향인 뉴저지주 참전용사 기둥에 꽃다발을 놓았다.

진주만이 있는 하와이에서는 이날 미 해군과 연방 국립공원관리청 주최로 진주만 공습 80주년 추모식이 열렸다. 공습을 겪고도 살아남은 생존자 30여명이 참석해 먼저 저세상으로 간 전우들을 기렸다. 진주만 공습 당시 침몰한 미 해군 군함 오클라호마함 승조원이었던 데이비드 러셀(101)은 일본군의 공격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운이 좋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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