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월패드 해킹 목록이 떠돈다? "속옷만 입고 돌아다녔는데"

강은영 2021. 12. 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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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 월패드 해킹 추정 영상 떠돌아
피해 아파트 주민 "무섭고 소름..대책 없다니"
보안 전문가 "아파트 단지 연쇄 피해 입을 수도"
8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연합뉴스
"집에서 목욕하고 속옷 바람으로 다녔는데..."

아파트나 빌라 등 벽마다 하나씩 붙어 있는 '월패드(주택 관리용 단말기)'의 카메라가 뚫리면서 사생활이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추정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전국 700여 개 아파트 단지에서 이 월패드 카메라를 해킹해 촬영한 영상이 무더기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재 온라인에는 전국 아파트 '해킹 리스트'가 돌고 있는데 정작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 아파트 주민 A씨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월패드가 거실과 주방에 있다"면서 "(해킹에 대해서) 전혀 상상도 못했다. 저희 집은 4층이라서 일부러 밖에서 볼까 봐 커튼을 다 치고 목욕하고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거의 진짜 속옷 바람으로 많이 다녔다"고 밝혔다.

A씨는 온라인 지역맘 카페에서 해킹 추정 아파트 리스트를 처음 봤다고 했다. 그는 "막 난리가 났다. (지인들이) 언니네 집 월패드 해킹 떴는데 그거 스티커로 가렸냐고. 그러면서 몇 번이나 연락이 왔기에 저도 너무 소름이 돋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너무 무서웠다. 제 사생활을 다 지켜보고 있는 건가, 이게 지금 어떻게 된 건가 하고"라며 "바로 뭘로 가려야 되나 해서 스티커로 일단 처음에 가렸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아파트에 581가구가 사는데 다들 무섭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며 "저도 아이들이랑 있을 때도 많지만 혼자 있을 때도 있다. 이게 신식 아파트만 이런 것 같은데 보안을 철저하게 체크했어야지, 대책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해커가 다크웹에 올려...범인 잡는 데 상당한 시간 걸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국내 아파트 월패드 해킹 영상 사진,

현재 온라인에 떠도는 월패드 해킹 리스트는 과연 무엇일까.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날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온라인에 떠도는 영상은) 국내 월패드를 해킹해서 몰래카메라를 찍었다고 주장하는 해커가 올린 영상의 썸네일 이미지"라며 "그 다음에 한국에서 해킹당한 아파트 목록을 다크웹이라고 하는 데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크웹은 특수한 웹브라우저만 사용해야 접속이 가능하고, 보통 다크웹에서 홈페이지 게시판 같은 걸 운영하면 추적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수사 당국이 수사를 하고 있는데, 보통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범인을 잡는 데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리스트에 오른 아파트를 대상으로 임시방편이라도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월패드 해킹이 새로운 사례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미 5, 6년 전 학술대회에서 월패트가 해킹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시연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월패드 안에는 일종의 어떤 컴퓨터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고 인터넷과 연결돼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일반 컴퓨터 해킹하듯이 인터넷을 통해서 월패드에 접근해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해커가 밖에서 그 월패드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몰라카메라를 찍는 것뿐만 아니라 마이크 기능을 이용해서 집 안에 있는 소리를 녹음할 수도 있다. 또 전등 같은 것도 마음대로 껐다 켰다 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문을 여는 것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네트워크 공유로 한 집 뚫리면 연쇄적"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네트워크를 공유해서 쓰기 때문에 한 집이 뚫리게 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집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능형 홈 네트워크 설비·설치 및 기술 기준이 있는데 이번에 개정을 해서 가구별 망 분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보완 조치들을 하도록 의무화했다"면서 "그런데 과거에 이미 건축이 완료된 건물에는 해당사항이 없고, 신축 건물에 대해서만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킹 리스트는 해커가 공개한 것이고, 다른 월패드도 문제가 동일하게 생길 수 있다"며 "전수조사를 해서 취약한 월패드 리스트는 빨리 공지를 해주고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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