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지기' 정태인이 본 심상정은 "수호천사·조정·예언자"

강은영 2021. 12. 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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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 정태인
"심상정 '철의 여인' 소리 듣지만 표정은 온화"
"노동현장을 지키며 함께 비를 맞는 정치인"
심상정(앞줄 가운데) 정의당 대선후보가 8일 오전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남해화학 비정규직 노동자 탈의실에서 농성 중인 남해화학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33명과 집단 해고 철회 및 고용 승계를 촉구하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경제학자 정태인(61) 전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이 '20년 지기' 심상정(62) 정의당 대선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심상정은 진보적 메르켈"이라며 심 후보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비교했다.

정 전 소장은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세계 여성 정치인에서 가장 비슷한 인물을 뽑으라면 메르켈에 더 가깝다. 다만 메르켈보다 더 진보적인 사고를 갖고 있어서 '진보적 메르켈'이라고 할까"라고 밝혔다.

이어 "메르켈은 독일을 위해선 훌륭한 지도자였지만, 그리스 위기 때 너무 독일 편을 든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그리스에선 메르켈을 히틀러에 비유했다"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심 후보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 후보의 얼굴을 보면 온화하다"며 "그는 1985년 유명한 '구로연투'라는 걸 하는 등 가장 남성적인 노조의 여러 부장, 국장을 했기 때문에 '철의 여인'이란 소리를 들었지만, 표정은 굉장히 온화하다"고 말했다.

정 전 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심 후보(사회교육학과)와는 78학번 동기 사이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란 말을 들을 정도로 당시 정부 초기 경제 정책을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청와대를 나온 뒤 2006년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하려고 할 때 이에 대한 부당성 등을 비판했다.

정 전 소장은 이때 심 후보와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 때는 잘 몰랐지만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심 후보와 한미 FTA 반대 운동 하면서 굉장히 친해졌다"고 밝혔다.


"심상정은 수호천사·조정 전문가·예언자"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정태인 국민경제비서관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또한 정 전 소장은 심 후보에 대해 "수호천사, 조정, 예언자"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그는 '수호천사'라는 표현에 대해 "수호천사라고 하는 건 현장에 있었다는 얘기다. 노동자들이 장기파업을 한다든가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장애인들 옆에 비를 함께 맞는 정치인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정'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노동조합이 타협을 많이 하는 조직"이라며 "노조에서 활동하면서 타협이 몸에 익었고, 최근에 정치개혁을 하려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도 거대정당 속에서 고군분투해서 타협안까지 잘했다. 마지막에 위성정당이 나오면서 깨졌지만"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소장은 심 후보를 '예언자'라고 한 의미는 "앞에 일어날 일을 미리 본다고 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가장 초기에 추진했던 게 '소득주도성장'인데 그건 심 후보가 2012년에 내놨고 2017년에도 당시 문재인 후보보다 훨씬 많이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2017년에 심 후보가 내놓은 게 '그린뉴딜'이었다. 지금 녹색으로 바꿔야 된다, 기후위기가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된다는 거였다"면서 "만약에 심 후보가 그 전에 대통령이 됐다면, 우리는 5년 동안 그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청년층 지지율 낮은 건 정의당에 마이크가 없기 때문"

심상정(왼쪽) 정의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 3주기 추모제에서 고인의 어머니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전 소장은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전했다.

그는 '정의당이 진보정당임에도 너무 젠더 문제에만 쏠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는 말에 "미국 대선을 보면 항상 정체성 정치, 젠더 문제나 인종 문제를 민주당이 들고 나오고, 공화당이 보수 쪽에서 그걸 물고 늘어져서 팽팽하게 만든다"면서 "우리나라 민주당은 정체성 정치나 개혁정치를 안 한다. 정의당이 둘 다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소장은 이어 "우리나라 거대 양당이 모두 보수정당이라 정체성 정치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인종 문제는 거의 없는 편이니까 이 문제(젠더)가 부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평등이 성의 대결처럼 나타나고 있는데, 사실 심 후보에 대해 가장 지지율이 높은 건 2030대 여성들로 나오지만, 반면 2030대 남성에서는 굉장히 낮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 전 소장은 청년층이 기득권 양당에 실망해 양당 후보에 마음을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진보정당인 정의당으로 마음을 돌리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에 "마이크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국회에 현재 (정의당 의원이) 5명이다. 300명 중에 5명이기 때문에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면이 있는 것"이라며 "지금 청년들 절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부동산인데, 이런 문제들을 정의당이 해결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안 될 거고 국회도 몇 명 안 돼서 교섭단체도 못 만드는 정당이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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