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틀로 나누어 치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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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은 1994년 첫 시행 이래 줄곧 하루에 치러지고 있다.
게다가 시험 하루 전날 감독관 예비소집에서 이미 충분히 전달된 감독요령을 다시 한번 재탕하기 위해 일찍 출근시키는 것은 물론 수능 감독관을 대상으로 인권 침해에 가까운 강제 서약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들도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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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우정렬 | 전 혜광고 교사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994년 첫 시행 이래 줄곧 하루에 치러지고 있다. 이를 오랫동안 지켜본 전 교사로서 이는 무리라고 지적하고 싶다.
먼저 수험생과 감독관 모두 너무 피로한 상태에서 시험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수험생들은 당일 고사장에 아침 8시10분까지 입실해야 한다. 밤잠을 설쳐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상태에서 하루에 180문항(제2외국어 포함 시 210문항)을 5시간40분(제2외국어 포함 시 6시간20분) 만에 풀게 된다. 인간의 체력과 능력으로 5시간 이상 시험을 치르면 정상적인 실력이 발휘되기 어렵다. 교육부는 이런 시험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수능 감독관도 당일 아침 7시30분까지 배정된 고사장에 도착해야 하는데 수능 시기 해 뜨는 시간이 7시 전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날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나온다는 이야기다. 수면 부족에다 식사도 제대로 못해 멍한 상태에서 온종일 감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평균적으로 적게는 4시간30분(한 과목 감독 제외 시)에서 길게는 무려 6시간을 시험 감독에 매달려야 하니 이런 중노동이 어디에 있는가. 특히 오후 시간에는 다리가 아파 제대로 서 있기가 어렵고 졸음까지 쏟아져 감독하기가 너무 힘이 든다. 게다가 시험 하루 전날 감독관 예비소집에서 이미 충분히 전달된 감독요령을 다시 한번 재탕하기 위해 일찍 출근시키는 것은 물론 수능 감독관을 대상으로 인권 침해에 가까운 강제 서약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들도 도사리고 있다.
수능 당사자들의 처지는 고려하지 않고, 대학 입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데다 12년간 학습한 것을 총망라하는 수능을 단 하루 만에 마치 군사작전 감행하듯 끝내려는 이런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묻고 싶다. 프랑스에서는 바칼로레아를 2주간에 걸쳐 6일간 치르고 미국의 에스에이티(SAT)는 1년에 7차례 응시하며, 일본의 대학입시센터 시험은 이틀간, 중국의 대입시험 가오카오는 사흘간 치러진다.
따라서 수험생이 정상적인 실력을 발휘하고 수능 감독도 시험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현행 하루 만에 마치는 수능을 적어도 이틀에 걸쳐 나누어 치러야 한다고 본다. 1교시 시험도 좀 넉넉히 오전 10시쯤에 시작하여 오후 1시쯤 마치면, 하루에 두 영역씩 3시간 정도 치르므로 정상적인 컨디션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첫날 시험을 마치고 휴식한 뒤 다음날에 나머지 두 영역(제2외국어 포함 시 세 영역)을 치른다면 훨씬 여유있고 심리적으로도 편안한 상태에서 실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 수험생과 감독관이 극도의 불안과 피로에서 벗어나 좀 더 정상적인 상황에서 시험을 치르고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 당국이 비효율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을 버리고 수험생과 감독관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수능을 개선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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