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이산화탄소 먹어버리는 식물 콘크리트?

2021. 12. 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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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가 국가별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한 건설업체가 기존의 탈 탄소를 뛰어넘는 매우 획기적인 콘크리트를 개발해 화제다.

화제의 제품은 대기업 종합건설업체인 가지마 건설을 중심으로 약 15년간의 기간을 거쳐 개발된 콘크리트 건자재인 'CO2-SUICOM'(약칭:수이콤)이다. 이 제품은 제조과정에서는 물론 이 제품을 활용해 만들어진 건물이나 구조물을 통해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마치 식물처럼 빨아들이는 마술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일본 내 한 화력 발전회사와 공동 개발한 이 제품은 제조 과정에서부터 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존의 콘크리트 제품들과는 정반대다. 만들면 만들수록 이산화탄소가 감축되는 이른바 '식물 같은 콘크리트'다. 특히 발전소나 공장 등에서 배출·회수된 이산화탄소를 제품 제조 과정이나 제품 자체에 활용함으로써 보다 향상된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구조는 이렇다. 원래 콘크리트는 시멘트가 물과 반응해 굳어지는 수화반응(水和反應)을 이용해 골재를 시멘트풀로 둘러싸서 다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수이콤은 콘크리트의 주요 구성 재료인 시멘트의 대체 재료로서 화학 공장으로부터 나오는 부생물을 원료로 하는 특수 혼화재, 그리고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석탄회를 다량으로 혼합하고 그 외의 산업 부산물을 이용해 만든 특수 제품이다. 때문에 시멘트 사용량을 대폭 저감시킨다.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면 이 원료를 기본으로 하는 특수 혼화재는 이산화탄소와 접촉하면 이를 직접 흡수(탄산화 반응)해 콘크리트를 경화·치밀화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성질을 이용해 콘크리트에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배기가스를 접촉시켜 강제적으로 흡수를 유도해 양생하는 탄산화 양생 방식을 사용한다. 이로 인해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 중에 흡수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시멘트를 사용한 콘크리트는 1제곱미터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이산화탄소 288킬로그램을 배출한다. 하지만 이 수이콤을 활용해 콘크리트를 제조하게 되면 일단 시멘트량의 감소로 197킬로그램이 줄어든다. 또 수이콤이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109킬로그램을 흡수하게 돼, 결과적으로 볼 때 통상의 콘크리트를 만드는 것과 비교했을 때 300킬로그램 이상의 삭감 효과가 나는 것이다.

지구 환경을 통째로 바꿀지도 모르는 이 신소재 개발 히스토리에는 의외의 기원이 있었다. 바로 로마와 중국의 고대 유적이다. 수이콤 개발팀은 이들 지역에 있는 수천에서 수만년 된 고대 건물의 발굴조사를 통해 발견된 조각들이 탄산화를 거쳐 대리석 같은 강력한 내구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를 토대로 응용된 기술을 개발하고 나섰다. 다양한 첨단 지식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고정시키는 이 발명품을 탄생시켰다. 수천 수만년 전의 인류가 만들어 놓은 유적들이 그 동안 후세들이 망가뜨려 놓은 환경을 개선하는 데 일조하게 된 아이러니한 사례다.

지구환경과 관련한 이슈 얘기가 나올 때마다 나오는 '탈 이산화탄소'를 뛰어넘어 이산화탄소를 적극 활용하는 '활(活) 이산화탄소'의 주역이 됐다. 현재까지 이것이 가능한 품목은 식물을 제외하면 수이콤이 유일무이하다고 말할 정도로 개발 주역들의 자부심은 엄청나다.

최근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간의 정책 경쟁이 치열하다. 그 중에서도 환경문제, 특히 기업들의 손익을 좌지우지하는 이산화탄소 절감 정책과 관련한 방향을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며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기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절감 시점을 미뤄줘야 한다는 의견과 계속해서 시간 끌다간 지구환경 파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억지로 배출량을 줄이기 보다는 기왕에 나온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고 설치하면 자동으로 이산화탄소가 줄어드는 이 식물 같은 콘크리트 '수이콤'에서 배울 점은 매우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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